일자리 늘었지만 '老老케어' 덕분…고령층·복지 뺐더니 역주행

2025-10-18

중견기업을 다니다 정년퇴직한 지 2년째인 성모(65)씨는 석 달 전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했다. “연금 덕분에 생활비 걱정은 별로 없지만 계속 일을 해와서 그런가 1년 정도 쉬어보니 갑갑하더라”며 “올해 초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고, 지인 소개로 파트타임이지만 일자리도 얻었다. 다시 번 돈으로 이번 추석에 손주 용돈도 넉넉하게 주고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노인 주도 성장’. 요즘 고용시장 현실을 요약하는 문구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30만 명 넘게 늘었지만 60세 이상을 빼면 결과는 정반대다. 7만 개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졌다.

18일 국가데이터처의 ‘고용동향’ 통계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31만2000명 증가하며 1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지만 실상은 ‘속 빈 강정’이다. 연령대별로 취업자 수 증감을 살펴봤더니 60세 이상(38만1000명)과 30대(13만3000명)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 모두에서 일자리가 줄었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가장 많이 감소했고(-14만6000명), 40대(-4만5000명)와 50대(-1만1000명)가 뒤를 이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을 뺀 50대 이하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오히려 6만9000명 감소했다. 노인 일자리 호황에 가려졌을 뿐 고용시장엔 여전히 냉기가 돈다는 의미다.

산업별로 나눠 비교해봐도 흐름은 비슷하다. 지난달 전체 산업 가운데 보건ㆍ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가장 많이(30만4000명) 늘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31만2000명)과 맞먹는다. 보건ㆍ복지 업종을 빼면 실제 늘어난 일자리 수가 미미하단 뜻이다.

이를 두고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의료(보건)와 돌봄(사회복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지원하는) 노인 일자리 역시 사회복지센터 등 기관을 통해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복지서비스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며 “이로 인해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 증가 인원 중에 고령층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규ㆍ고소득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 분야 취업자는 1년 새 6만1000명 줄었다. 농림어업(-14만6000명), 건설(-8만4000명), 정보통신업(-1만3000명) 일자리도 쪼그라들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로 도ㆍ소매업(8만4000명), 숙박ㆍ음식점업(2만6000명) 등 관련 업종 취업자가 증가하긴 했지만 보건ㆍ복지업과 견주면 큰 폭은 아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주가만 오를 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대에 머무는 등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복지성 지출 의존도가 큰 노인 일자리 말고는 고용이 늘지 않는 것이 방증”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새 정부 들어 규제 강화 일변도로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젊은층 일자리, 좋은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도록 성장으로 시선을 돌려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