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트럼프 2.0시대 ESG 전망

2025-01-05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글로벌 경제 지형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정책 방향이 최근 확산세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2.0 시대에 가장 급진적인 정책 변화 중 하나가 에너지와 환경 분야이기 때문이다. 파리기후협정을 재탈퇴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지며, 미국 내 화석연료 자산에 대한 투자와 개발을 촉진하고 생산과 해외 수출을 장려할 것임은 분명하다. 또한 2026년 시행 예정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도 행정명령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기후변화 의제는 동력이 대폭 약화하고 그린뉴딜 등 친환경 정책이 크게 후퇴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미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글로벌 ESG 확산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전세계 국가나 글로벌 기업들이 오랫동안 탄소중립 등 ESG 경제 체제에 동참해왔기 때문에 대세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내 상황을 살펴보면, 각 주는 개별적인 주법을 가진 만큼 몇몇 주들은 오히려 이에 반발하며 자체적으로 ESG 정책을 강화하는 중이다. 워싱턴주에서는 대선과 함께 진행된 주민 투표 결과에 따라 탄소배출권 거래가 유지된다. 캘리포니아주는 대선 이후에도 저탄소 연료 기준을 개정해 2030년까지 연료의 탄소 집약도 감축 목표를 20%에서 30%로 올렸다.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한 6개 주에서는 내년부터 전기차 판매가 의무화돼 완성차업체들은 신차의 35%를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무공해차량으로 판매해야 한다.

글로벌 상황은 더욱더 공고하다. 2017년 트럼프가 당선돼 파리협정을 탈퇴한 기간에도 미국 이외의 국가들에서 ESG는 자율적으로 발전했으며 최근에는 규제 수준으로 격상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특히 수년간에 걸친 표준화 작업을 통해 2023년 국제표준인 IFRS(S1·S2), 유럽연합(EU)의 ESRS, 미국의 SEC 등 글로벌 3대 ESG 공시기준이 확정됨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설령 미국 SEC의 기후공시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국제표준인 IFRS의 ESG 공시(S1·S2) 시행은 예정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영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글로벌 표준을 따를 수밖에 없다.

ESG 공시 시행은 그동안 비재무 정보로 여겨졌던 ESG 정보가 기업의 재무 성과에 미치는 중요 요인으로 인식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업에게 자율적 판단에 맡겼던 ESG 공시를 규제화한 것이다. ESG 공시 시행으로 ESG 경영보다는 ESG 리스크 관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기존의 재무 리스크, 사업 리스크, 운영 리스크, 평판 리스크 등 전통적인 리스크에 기후·환경 리스크, 공급망 관리 리스크 등이 리스크 영역에 추가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ESG 공시 시행 여부와 관계없이 이제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ESG 리스크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글로벌 저성장 시기이므로 안정된 수익 확보를 위해서는 리스크 최소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ESG 리스크는 기존의 전통적인 리스크와 연계성이 높아 기업들은 이들을 결합한 통합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해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윤건용 서강대 경제대학원 ESG경제전공 겸임교수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