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시장에 속한 기업이 1부로 승격하기 위해 주가를 높이기보다는 승격 자체를 포기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데 낙인을 찍는 정책의 부작용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만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1·2부 시장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시가총액 기준으로 증시를 구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시장 개편 과정에서 “일본 사례도 참고하겠다”고 했다. 일본은 2022년 4월 시총과 유통 주식 수를 기준으로 프라임(글로벌 기업), 스탠더드(중견기업), 그로스(벤처기업) 3부제로 주식시장을 재편했다.
그런데 시총을 기준으로 시장을 나누는 방안은 이미 폐기됐던 정책이다. 2000년까지 주식시장은 1·2부로 운영됐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2부보다 1부 기업에 대한 투자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2부 시장은 외면받기 시작했고, 자본 조달 등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당시 증권거래소는 1·2부 시장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증권시장 균형발전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20세기에 운영됐던 1·2부 시장제는 2000년 5월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2부 기업에 대한 낙인을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1부 승격을 위한 경쟁 심리를 자극한다지만 2부에서 1부 승격이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기업가치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자금·거래량 등이 충족돼야 하는데 2류라는 오명으로는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어려워 거래조차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2부 시장의 기업들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포기하면 증시는 더욱 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는 한국 증시가 주요국 중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자 증시 구조 개편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꺼내 들었다. 다만 1·2부 시장제는 이미 한 차례 실패한 해법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정책을 다시 도입하는 이유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근거를 요구할 것이다. 궁여지책에 가까운 처방전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