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FTA 세계 1위,농업은 또 얼마나 양보해야 하나

2024-07-07

정부가 지난해 세계 2위에 오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크게 늘려 2027년까지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한 ‘역동경제 로드맵’을 내놨다. 잠재 성장률이 둔화하고 신흥국가들의 추격이 가속화하는 만큼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식어가는 성장엔진에 온기를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이후 줄을 잇는 FTA 등 거센 개방화의 물결을 온몸으로 맞서온 농민들의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2004년 한·칠레 FTA 발효를 시작으로 20년 만에 59개 나라와 21건의 FTA를 체결, FTA 체결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가 세계 GDP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앞에 있는 나라는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뿐이다. 통상당국은 한·미 FTA로 양국간 교역이 연평균 5.3%씩 성장하고, 한·유럽연합(EU) FTA 역시 연평균 3.6%의 교역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그 거목으로 성장한 FTA의 그늘에 가려진 우리 농업의 현실은 어떤가.

지난해말 기준 농축산물 수입액 가운데 FTA 체결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83%가 넘었다. 칠레산 농축산물 수입액만 해도 16배나 폭증하는 등 FTA 그늘은 갈수록 넓고 짙어지고 있다. 지난 20년간 국민총소득(GNI)이 3배 가까이 성장하는 사이 농가당 농업소득은 오히려 역주행했다. FTA로 피해를 본 농가를 지원한다는 ‘FTA 피해보전직불금’은 유명무실의 ‘대명사’가 됐다. 한·중 FTA 국회 비준을 위해 무역으로 이득을 본 기업들이 2017년부터 10년간 1조원을 조성해 농업을 지원하겠다던 ‘도농상생협력기금’은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끝나가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가속화한 농산물시장 개방으로 사과·배 등 몇몇 과일을 빼놓고 쌀까지 내줘 개방화율이 100%에 가깝다. 남은 것이라고는 ‘관세율 인하’와 과일의 ‘수입위험분석’뿐인데 이것마저 위태롭다. 통상당국은 추가 FTA 협상에서 내놓을 카드가 농산물 관세율 인하밖에 없고, 물가당국은 물가 안정을 빌미로 저율관세할당(TRQ) 남발도 모자라 수입위험분석까지 흔들고 있다. FTA시대, 그동안 대한민국 수출은 농업의 양보를 딛고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그런데 또 무엇을 얼마나 더 양보하라는 것인가. 농민들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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