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자 파티·단체 프로필 촬영…'구단문화' 자리잡은 KLPGA

2025-03-27

골프는 프로스포츠 중에서도 대표적인 개인 종목이다. 하지만 한국 여자 프로골프계는 좀 다르다. 선수들을 후원하는 다수 기업이 구단으로 운영하고 있고, 같은 기업의 후원을 받는 선수들이 소속감을 갖고 팀처럼 활동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만의 독특한 ‘구단 문화’ 이야기다.

2025시즌 KLPGA 투어 개막전 우승자인 박보겸(27)을 비롯해 지난 시즌 신인왕 유현조(20), 공동 다승왕 마다솜(26) 등이 소속된 삼천리골프단은 선수들 간의 유대감이 높은 구단 중 하나로 꼽힌다. 연습 라운드를 함께하는가 하면 소속 선수 중에서 우승자가 나올 경우 선수들끼리 날짜를 맞춰 모두 모여 파티를 열고 축하하는 건 오랜 전통이 됐다.

삼천리 구단은 소속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하면 삼천리 외식사업부문 매장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우승 축하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선수들의 소속감과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

두산건설 위브(We’ve)골프단도 끈끈하기로 이름난 팀이다. 해마다 소속 선수들이 모두 모여 찍는 단체 프로필 촬영을 통해 시즌 초 서로 생소할 수 있는 선수들의 단합을 돕고 있다. 단체 프로필 사진에 담긴 선수들의 모습에는 ‘화합’과 ‘원팀’을 강조하는 문화가 녹아 있다.

정규 투어 대회인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기간에 선수들의 사인 북과 티셔츠를 팬들에게 배포하거나 구단과 선수 이름으로 펼치는 기부 활동 등도 소속감을 높이기 위한 비책이다.

롯데도 선수들끼리 유대감이 높은 구단이다. 같은 팀 선수들의 경기를 챙겨보며 사랑을 가득 담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건 기본이다. 롯데 후원 선수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최혜진(26)도 KLPGA 투어 경기를 챙겨보고 같은 팀 소속 선수를 응원하는 영상을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주 업로드하고 있다.

롯데는 선수의 부모들끼리 식사하거나 소속 선수들과 캐디들이 함께 모여 편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야 구단과 선수 사이의 소통이 원활해지고 성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코로나19 여파로 사라졌던 선수들의 1년 2회 합숙 훈련을 부활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메디힐은 구단 전담 병원을 지정하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선수 모교에 장학금 1000만 원씩을 지원해주는 것도 메디힐만의 문화다. SBI저축은행은 선수들이 버디나 이글, 홀인원을 할 때마다 적립금을 쌓고 회사가 여기에 일정액을 더해 어려운 환경의 꿈나무 골퍼를 지원한다. SBI 관계자는 “지난해 약 4000만 원을 전달했고 후원하는 정규 투어 선수가 1명 늘어난 올해는 더 많은 금액을 도와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런 문화를 활용한 구단 대항 이벤트 경기가 자리 잡았을 정도다. 2022년 시작된 디오션컵 골프구단 대항전은 시즌 개막에 앞서 구단 단합을 도모하고 전지훈련 성과를 점검하는 성격을 띠는데 이달 23일 끝난 올해 대회에는 10개 구단이 출전했다. 이소영과 황유민이 대표로 나선 팀 롯데가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한 골프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한마음으로 묶일수록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다. 구단 차원에서도 소속 선수들의 단합을 위해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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