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플랫폼 기업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주식 좀 한다’ 하는 이들에겐 친숙한 이름이다. 방대한 공공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미 국방부, 연방수사국(FBI)·중앙정보국(CIA)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테슬라, 엔비디아와 함께 이른바 ‘서학 개미‘(해외 주식 개인 투자자)들이 꼽는 3대장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개미 투자자의 사랑을 받는 팔란티어가 14일 서울에 깜짝 등장했다. 매일 색다른 팝업 스토어가 생겼다 사라지는 ‘핫플’ 서울 성수동에서다. 팔란티어가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연 것은 2003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팔란티어의 첫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는 소식에 주주들은 몰려들었다. 행사장 앞은 공식 개장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수백명으로 북적거렸고, 건물 앞부터 300m가 훌쩍 넘는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직장인 김모씨(28) 도 이날 반차를 내고 긴 대기줄에 합류했다. 팔란티어 주주인 그는 “알렉스 카프 최고경영자(CEO)의 팬”이라며 “첫 팝업 스토어라길래 어떻게 꾸며놓았는지 궁금해서 왔다”고 말했다. 평소 미국 내 ‘워크(WOKE·정치적 올바름)’를 비판하거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를 지지하는 등 다양한 의제에 목소리를 내는 카프 CEO는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카프 CEO의 인기를 증명하듯 행사장 안에는 그의 얼굴이 크게 인쇄된 티셔츠, 스티커 등이 진열돼 있었다. 한정판 후드 티셔츠 21만5000원, 팔란티어 로고가 새겨진 모자 8만7000원 등 저렴하지 않은 가격임에도 준비된 굿즈는 금세 동이 났다. SNS에는 대기줄이 너무 길어 입장을 포기했다는 후기도 이어졌다.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하는 팔란티어가 첫 팝업 스토어를, 그것도 왜 한국에서 열었을까. 현장에서 만난 팔란티어의 엘리아노 A. 유니스 전략적 협력 총괄은 이렇게 설명했다.
“팔란티어는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지지하는 팬도 많고요.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이들과 교감하기 위해 문화·예술이 풍부한 이곳 성수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게 됐습니다.”
팔란티어는 이번 행사를 통해 국내 소비자는 물론 기업, 기관 등과의 거리를 좁힐 것으로 보인다.
카프 CEO는 이날 오전 광화문 KT 사옥에서 김영섭 대표와 만나 공동 개발 중인 AI 플랫폼을 점검하고 국내 AX(인공지능 전환) 확산 방안을 논의했다. KT는 지난 3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팔란티어와 협력 관계를 맺은 바 있다. 카프 CEO는 이날 KT가 주최한 ‘AX 리더 써밋’에 참석해 대한항공·LG일렉스틸 등 국내 주요 기업 경영진과도 만났다. 오후에는 성수동 팝업 스토어를 찾아 주주들과 직접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