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등 산업 부문을 대표하는 기업과 협회들이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를 약화시키는 쪽으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적 기후 싱크탱크인 인플루언스맵은 지난 15년간 기업들이 한국의 배출권거래제 정책에 관해 낸 234건의 문건을 검토한 결과 한국 대표 철강회사인 포스코와 산업을 대표하는 대한상의가 배출권거래제의 정책 목표를 꾸준히 약화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9일 발표했다.
인플루언스맵은 정부와 기업 간 회의기록, 기업이 공개한 보도자료나 정책 성명 등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분석 결과 전체 자료의 20%는 철강 부문에서, 17%는 대한상의에서 나왔다. 철강 부문 자료의 절반은 포스코에 집중됐다. 개별 단체 혹은 기업으로서는 대한상의, 포스코, 한국경제인회(한경협), 한국철강협회, 롯데케미칼 순으로 활발하게 배출권거래제에 관여했으며 이들 관련 문서가 전체의 절반에 해당했다.
대한상의는 배출권 이월 한도 완화, 상쇄배출권 제출 한도 완화, 간접배출 제외 등을 요구해 배출권거래제의 목표에 반대되는 입장을 펼쳤다. 포스코는 잉여배출권의 이월을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배출권거래제를 약화하려 했다. 한경협은 산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를 강조하며 유상할당 비율 인상을 지지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 배출권거래제는 시행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낮은 탄소가격과 관대한 무상할당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인플루언스맵은 평가했다. 인플루언스맵은 “배출권거래제를 무력화하려는 산업계 시도는 한국이 파리협정을 이행하는 데 상당한 위험 요소”라며 “전기차, 재생에너지, 배터리 저장 장치 등 강력한 탄소 가격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부문에서의 경제적 기회를 낮추고, 녹색 혁신과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부가 정한 배출허용량을 초과해 배출한 기업은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고, 배출허용량 이내로 배출한 기업은 남는 배출권을 시장에 팔아 수익을 볼 수 있다. 시장 기능을 활용해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정부는 2010년 11월17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에 관한 법률(배출권거래법)’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은 2015년 1월12일부터 이뤄졌다. 정부는 올해 안에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에 대한 할당계획 발표를 앞두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30년 배출권이 t당 75달러(한화 약 10만3000원) 수준에 도달해야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9일 오후 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에 따르면 한국의 탄소배출권은 t당 8950원에 거래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