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보고 놀란 가슴…' 발란, 정산 지연에 경찰 출동 소동 전말

2025-03-26

[비즈한국] 명품 플랫폼 ‘발란’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되는 분위기다. 25일 발란 본사에서 셀러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경찰이 출동했고, 발란 직원들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셀러 사이에서는 ‘발란이 기업회생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퍼져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발란 “과지급된 정산금 바로잡으려다 지연”

명품 플랫폼 발란에 정산금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 3월 24일은 발란이 입점사에 정산금을 지급하는 날이었으나 당일 오후 5시 발란은 ‘24일 지급 예정이던 정산금은 재검토가 마무리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지급이 보류된다’고 공지했다.

발란 측은 그간 지급된 정산 내역을 검토하던 중 오류를 발견했고, 재정산을 해야 하다 보니 시간이 소요돼 정산 지연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발란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재무적 검증 과정에서 정산 관련해 미처 점검하지 못한 부분이 발생했다. 셀러들에게 과지급된 정산금이 있었던 부분이 있다”며 “이를 바로잡고자 현재 과거 데이터를 면밀히 재검토 중이다. 이에 부득이하게 정산 지연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발란은 28일 셀러에게 정산 일정을 재공지하고 지연 이자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셀러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발란에 입점한 셀러 A 씨는 “24일 받아야 할 정산금이 1500만 원가량이다. 언제 정산을 해주겠다는 정확한 설명이 없고, 메일을 보내도 답장이 오지 않는다”며 “최근에는 두 달 치 광고비를 선납으로 미리 가져갔다. 너무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셀러도 “묶인 돈만 수천만 원이다. 억대로 넘어가는 셀러도 있다”며 “명품 플랫폼 중 발란 판매 비중이 높았던 터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25일 발란 본사에서 진행된 셀러와의 미팅 자리에는 경찰이 출동하는 등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한 셀러는 “발란이 정산 지연과 관련해 셀러들에게 설명을 한다며 소수 업체의 신청을 받아 미팅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공지사항을 읽는 것만 반복했다. 그러더니 다 끝났으니 나가라고 하더라. 언성이 높아지자 직원이 경찰을 불렀고, 난리가 났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알렛츠 사태를 겪은 셀러들이 많다 보니 발란의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불안감이 상당히 증폭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 셀러는 “이미 변호사 상담을 진행한 판매자들도 있다. ‘사무실에 가서 집기라도 들고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언급했다.

셀러 분위기가 격앙되면서 발란 측은 26일부터 전사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발란 관계자는 “아무래도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아마 금주까지는 계속 재택근무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셀러 사이에선 기업회생설…발란 “투자 유치 지속”

셀러 사이에서는 발란이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퍼지고 있다. 25일 발란 본사를 방문했던 한 셀러가 발란의 법무실 관계자의 노트북에서 ‘회생 관련 제출 자료’, ‘2025.4.23. 변론기일 준비’라는 파일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셀러가 노트북 화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진이 셀러 사이에서 공유되면서 발란이 기업회생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는 상황이다.

비즈한국은 이와 관련해 발란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회사 관계자는 “현재 법무실장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 법무실장이 지난 1월 회사에 입사했다. 개인 파일인지 회사 관련 파일인지 알지 못한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어 “기업회생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기업회생에 들어갈 정도면 실리콘투에서 투자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2015년 론칭한 명품 플랫폼 발란은 코로나19 시기 급성장하며 2022년에는 기업가치가 3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엔데믹과 함께 명품 소비가 둔화하며 실적 하락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발란뿐만이 아니다. 머스트잇, 트렌비 등 명품 플랫폼 업계 전반의 성장세가 꺾였고 매출이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발란은 지속적으로 투자를 유치했다며 위기설을 반박해왔다. 지난 2월에는 K-뷰티 유통기업 실리콘투로부터 1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실리콘투로부터 1차로 75억 원을 우선 투자받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2차로 75억 원을 투자받는 방식이다. 실리콘투는 2차 투자 조건으로 올해 11월부터 2개월간 연속 발란의 월매출액 중 직매입 판매 비중이 50% 이상, 월간 영업이익 흑자 등을 내건 것으로 알려진다.

발란의 정산 지연 사태로 명품 플랫폼 업계에 정산 관련 우려가 커지자 다른 플랫폼들은 재무 안정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트렌비는 “2024년 결산 재무제표에 따르면 당좌자산이 약 80억 원에 달하고, 이 중 파트너 정산 예정부채 35억 원을 뺀 현금성 안전자산이 약 45억 원으로 파악됐다”며 “파트너에 지급 예정 건의 2.3배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필웨이도 발란의 정산 지연 사태를 언급하면서 “중고 명품 플랫폼의 신뢰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며 “필웨이는 2024년 11월 신규투자를 해 재무구조를 완전히 개선하였고, 자본 잠식을 완전 탈피해 우량한 재무구조로 변경했다”고 공지했다.

머스트잇은 발란의 정산 지연으로 인해 “많은 파트너사분가 자금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질적 도움을 드리고자 선정산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판매자 공지를 띄웠다.

한 셀러는 “정산을 받을 수 있을까 마음을 졸이는 일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온라인 플랫폼의 불안감이 너무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 사이에서도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수밖에 없지 않나. 정산금을 받더라도 셀러, 소비자 이탈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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