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넘을 선은 ‘다시, 민주주의’다.
오는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열흘간 전주에서 펼쳐지는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우리는 늘 선을 넘지(Beyond the Frame)’라는 슬로건과 함께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몇 년째 유지해 온 슬로건에 동시대의 가장 중요한 의제인 민주주의를 소환한 것은, 영화가 시대정신을 담는 방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전주의 정신을 잘 드러낸다.
전주국제영화제는 1일 오전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프로그램 발표회를 열고 올해 영화제의 특징과 변화를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우범기 조직위원장, 민성욱·정준호 집행위원장, 문석·문성경·전진수 프로그래머가 참여했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57개국 224편의 공식 상영작이 소개되며, 이 가운데 세계 최초 상영작인 월드 프리미어 작품은 80편에 달한다.
다양한 영화와 특별 섹션이 구성된 가운데, 도발적이고 독립적인 ‘프론트라인’ 섹션에 ‘다시, 민주주의로’라는 특별 섹션이 마련된 점이 주목된다. 이 섹션에서는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 이후 소신을 지킨 정치인 애덤 킨징어의 임기 말기를 기록한 ‘마지막 공화당원’을 포함해 노르웨이, 브라질, 수단, 필리핀, 슬로바키아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정치 상황을 다룬 여섯 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전진수 프로그래머는 “지난 몇 달 동안 국민들이 많은 혼란을 겪었고, 언제 해결될지 가늠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세계 곳곳의 민주주의 위기를 담은 영화를 모아 보고자 했다”며, “고전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현재의 생생한 현실을 담고자 2020년 이후 벌어진 전 세계의 현안을 다룬 작품을 찾았고, 여섯 편이라도 상영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영화적 실험을 시도한 세계 각국의 작품들도 풍성하게 준비됐다.
영화 산업의 위기를 타개할 대안을 모색하는 특별전 ‘가능한 영화를 향하여’는 한국의 창작자들과 영화학도들이 자신만의 해법을 모색하는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기획됐다. 영화제 초기부터 제작 투자를 병행하는 독특한 모델을 제시해 온 전주국제영화제이기에 가능한 특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거대한 플랫폼과 수익만을 좇는 흐름 속에서, ‘가능한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며, “자신만의 비전을 가진 영화, 대체 불가능한 감독, 어떤 상황에서도 지속 가능한 영화 제작을 실현하는 작품들을 초대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특별전으로는 ‘배창호 특별전: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에서’가 마련되었으며, 지난해 타계한 송길한 작가를 기리는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또한, 배우 이정현이 프로그래머로 참여하는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섹션에서는 그녀의 영화적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올해 영화제는 6개 극장, 22개관에서 운영되며, 개막식과 주요 행사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린다. 개막식은 4월 30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개최되며, 5월 6일 시상식과 5월 9일 폐막식을 끝으로 영화제의 막이 내린다.
개막작은 최근 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루마니아 감독 라두 주데의 ‘콘티넨탈 ’25’다. 이 작품은 오로지 스마트폰으로만 촬영되어, 대규모 영화 제작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방식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시대적 변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폐막작은 한국에 들어온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기계의 나라에서’(감독 김옥영)다. 흔히 접하는 이주노동자 관련 다큐멘터리와 달리, 한국 사회를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신선한 감흥을 선사한다.
이 외에도 영화제의 대표적인 산업 프로그램인 ‘전주프로젝트’가 5월 4일부터 6일까지 진행되며, 영화제 기간 동안 다양한 부대 행사가 전주 곳곳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100 Films 100 Posters’ 전시는 영화의 거리와 전주 일대에서 열리며, 야외 상영 및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또한, 영화산업의 위기와 한국 사회의 변화를 논의하는 ‘전주포럼’도 진행된다.

정준호 집행위원장은 “외형적 성장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진정한 축제를 맞이할 수 있도록, 영화제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을 고민했다”며, “각 지역의 독립영화 가치를 소개하고, 전국의 영화인들이 교류하는 장을 마련했으며, 더 나아가 ‘가치봄’(배리어프리) 영화 상영을 확대해 누구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포용적 영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우범기 조직위원장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창의적인 영화인들이 관객과 소통하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칠 수 있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며, “전주는 이를 통해 국제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문화 외교의 장이 되고 있다. 이는 전주시민과 영화 애호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이루어진 것이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지속적인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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