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의 국방부 정기감사 결과, 시중보다 값이 싼 군 마트에서 물건을 산 뒤 비싸게 되판 사례들이 적발됐다.
또 감사원은 핵폭발 등으로 강력한 전자기 충격파를 발생해 반경 내 전자기기와 전력망을 마비시키는 'EMP탄'에 군이 부실하게 대비하고 있다는 감사 결과도 내놨다.
4일 감사원에 따르면 군인이나 유공자의 복지를 위해 운영 중인 군(軍) 마트에서 민간업체들이 화장품이나 홍삼 같은 제품을 대량구매한 뒤 시중에 판매해 유통 질서를 훼손해 온 사실이 감사에서 확인됐다.
군 마트 이용대상인 국가유공자 자녀 A모씨는 2022년 4월부터 2년간 군 마트 두 곳에서 4억 2034만원 상당의 상품을 사들인 뒤 재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 마트를 이용할 수 없는 B씨 역시 군 마트 업체 직원으로부터 3만원 단가의 물건 4320개를 구매해 3만8000~4만2000원에 시중에 판매해 부당이익을 취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방부 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그동안 국방 분야에 대하여 무기체계의 획득 및 유지·관리 등을 대상으로 특정사안·성과감사는 실시했지만, 2019년 5월 이후 예산운영·내부통제 등 기관운영 중점분야에 대한 감사는 실시되지 않아 기관 정기감사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국방부가 군 구조 혁신과 신기술 도입, 예산 집행의 효율성 제고 등 노력은 하고 있지만 기관 간 협조가 미흡하고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업무 처리 탓에 성과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국방부나 각 군은 행정안전부 승인 없이 군 간부인력을 초과 운영하거나 직제에도 없는 실장의 보좌 직위를 반복해 설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또 국방부가 적의 전자기파(EMP) 공격을 막을 방호시설을 조기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미흡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MP 공격은 핵폭발 등으로 강력한 전자기파를 발생해 일정한 반경 내 전자기기와 전력망을 마비시키는 공격으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군은 2018년 EMP 방호시설 조기구축을 위해 방호 대상 시설 우선순위를 선정하고 사업 완료 시점을 2051년에서 2039년으로 앞당기기로 결정했는데, 감사원의 지적에 따르면 이 계획에 차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에 설치된 방호시설 역시 설계기준에 미달하거나 제대로 유지·관리되지 않고 있으며, 아울러 우리 무기체계와 군단 지휘소에 EMP 공격 방호능력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적의 동향을 감시하는 경계용 드론이 기준 성능에 미달한 사례도 확인됐다.
다만 감사원은 국가안보와 국방 분야 등의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다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2항에 따라, 자세한 감사 결과와 문제점 등은 밝히지 않았다.
국방부의 국군체육특기병 선발 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된 정황도 드러났다.
군은 최근 5년간 14개 종목에 걸쳐 781명의 특기병을 선발했는데, 이 중 47명을 총점 순위와 관계없이 뽑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9명은 추천이나 선발 사유서조차 작성하지 않았다.
또 음주 운전·불법도박·영내 음주·성범죄 등으로 적발된 체육특기병은 51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40명은 규정상 거쳐야 하는 ‘임무 제한 심의’를 받지 않았다.
체육부대와 지난해 선수 급식용 축산물 구매계약을 체결한 납품업체가 입찰 참가 자격도 없는 업체에 하도급해 저품질의 급식재료가 납품된 정황도 감사 결과 밝혀졌다.
언어폭력, 절도, 근무지 이탈 등의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를 임의로 완화해 준 경우도 있었다.
군인 징계령에 따르면, 훈장이나 포장을 받는 등 제한된 경우에만 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쳐 징계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2월 29일까지 징계가 감경된 88건을 조사한 결과, 이 중 절반인 44건은 잘못된 조치였다.
예를 들어 지난 2023년 육군 한 사단장은 언어폭력과 모욕, 직무태만, 갑질 등의 비위를 저지른 휘하 전차대대 군인에 대해 징계위원회가 ‘강등’을 의결했다. 하지만 감경 사유를 기재조차 하지 않고 ‘정직 3개월’의 낮은 징계 처분을 내렸다.
감사원은 이와 같은 정기감사 결과에 따라 국방부 장관과 합동참모의장 등에 19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지적했다. 특히 19건 중 7건을 통보하고, 8건에 대해서는 주의 요구를, 1건은 시정요구 조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