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디, 한국 승용차 진출 공식화… 내년 초 상륙
中 전기차 글로벌 몸집 확대에 업계는 '초긴장'
소비자들 반응은 '시큰둥'… '중국산' 여론 여전히 부정적
"내연기관 만큼 가격 낮추지 않으면 쉽지 않아"
산업계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혹은 필연적으로 등장한 이슈의 전후사정을 살펴봅니다. 특정 산업 분야의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나 소액주주, 혹은 산업에 관심이 많은 일반 독자들을 위해 데일리안 산업부 기자들이 대신 공부해 쉽게 풀어드립니다.
#포지티브적 해석 : 입맛 다양한 한국 소비자들의 넓어진 선택권
#네거티브적 해석 : 입맛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中 의구심'
배터리 제조사이자 중국 최대의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가 한국에 진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그동안은 지게차, 1t 트럭, 전기 버스 등만 한국에 갖다 팔았지만, 이번엔 '승용차'가 상륙하면서 한국 자동차업계를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는데요.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글로벌 시장 제패를 목표하는 중국 전기차의 습격에 자동차업계와 전문가들은 제각기 웅성웅성대며 관심을 표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렇지 않아서인데요. '중국 전기차'에 대한 어떤 긴장감도, 기대감도 없이 흥미조차 느끼지 않는 듯한 분위기가 맴돕니다.
수천만원씩 하는 소비재, 신차만 나왔다 하면 관심이 모이는 자동차 업계에 이런 심심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가 뭘까요?
사실 이번 비야디의 공식 진출 선언은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상 없던 일입니다. 중국에서 생산해 들여온 차량을 한국에서 판매하는 경우는 있어도, 중국에 모기업을 두고 있거나 대주주인 브랜드는 있어도, '중국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표명한 곳은 없었던 거죠.
중국과 아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도 한국에서 내세울 수 없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한국인이라면 '대륙의 OO', '메이드 인 차이나' 라는 수식어가 곧 싸구려를 상징했다는 것을 잘 아실텐데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이토록 짙게 깔려있는 나라에서, 수천만원을 들여 사는 자동차가 중국산이라면 손가락질을 받는 건 당연한 수순일 겁니다.
이런 면에서 중국 태생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며 등장한 비야디에 대한 시선이 신선할 수는 있어도, 큰 관심을 끌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어떤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기대감 보다는 의구심을 먼저 내보이는 소비자가 많은 것도 이를 뒷받침하죠.
비야디가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을 얼마나 위협하고 있는지 체감하기 어려운 분위기도 그렇습니다. 우리 소비자들에겐 '중국산'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사실 비야디는 전세계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매하는 업체거든요.
비야디는 전세계에 '중국 전기차'라는 단어를 퍼트린 장본인입니다. 그간 혜성처럼 나타난 테슬라가 전세계 전기차 시장 선두를 달려왔지만,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비야디에게 이 자리를 내줬습니다. 중국 내에서만 잘 팔리는 게 아니라, 동남아, 유럽 시장에서도 불티나게 팔리거든요.
그래서 이미 수년 전부터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과, 자동차 산업으로 돈을 벌어왔던 국가들은 중국 대비를 해왔습니다. 우리가 아는 '미중갈등'의 핵심에도 전기차가 있죠.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GM, 포드 등 자동차 업체로 승승장구했던 미국이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고 시장 분위기가 원점으로 돌아서자, 중국이 아주 거슬렸던 겁니다. 독일, BMW, 폭스바겐 등의 본고정인 유럽도 마찬가지고요.
우리 현대차그룹을 위협했던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아시나요?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은 전기차는 보조금을 한 푼도 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우리 입장에선 악법 중의 악법으로 평가받는데요. 그런데 사실 이 법은 중국을 겨냥하고 만들어진 법입니다.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하거나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핵심이거든요. 중국 잡으려다 한국이 등 터진 꼴이죠.
전세계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온 미국, 유럽이 견제할 정도로 커진 중국은 이제 더이상 예전의 '메이드 인 차이나'가 이제는 아니게 됐습니다. 중국 전기차의 한국 진출 역시도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던 거죠.
다만, 한국이 그간 중국산에 대한 편견이 유독 심했던 만큼 비야디도 전략을 치밀하게 짜야할 것 같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잘 팔린다고 해서 한국에서 통하지는 않을테니까요. 업계에서는 비야디의 '가격 책정'이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영향을 결정지을 '키' 라고 입을 모읍니다.
사실 비야디가 전세계에서 성공하게된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입니다. 전기차 가격 상승의 원인인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야디는 전기차 업체이기 전에 배터리 제조사였거든요.
전기차에 탑재해야하는 배터리를 배터리제조사에서 사야하는 일반적인 자동차 브랜드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비야디는 자사에서 제조한 배터리를 전기차에 바로 탑재할 수 있으니, 배터리를 돈 들여 살 필요도 없고, 중국 현지에서 바로 바로 조달이 가능하니 물류비도 들지 않습니다. 원가 절감의 핵심 요소를 갖춘 거죠. 최근 배터리 제조사들이 '배터리 내재화'에 뛰어드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낮은 가격'이 승부를 결정지을 카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무리수가 아닌 겁니다. 한국은 중국과 가까워 수입해올 때 드는 물류비용도 크지 않고, 관세도 8% 수준으로 미국·유럽 등 보다 훨씬 낮죠. 한국의 내연기관차 비용이 계속 상승 중인 가운데 비야디가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가격을 낮춘다면 충분히 반전이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물론 중국 업체 역시 한국에서 장사하기가 만만치는 않을 예정입니다. 가격을 낮춘들, 한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기는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기 때문인데요. 이미 올 초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대폭 상향하면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대한 견제를 시행했고요, 내년, 내후년으로 갈 수록 보조금 예산이 적어지니 문턱이 더욱 높아지겠죠. LFP 배터리는 중국 BYD가 생산하는 주력 상품입니다.
중국 전기차를 한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날이 이제 내년 상반기로 다가왔습니다. 그간 중국산에 대해 '싸구려'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았지만, 이 생각이 과연 앞으로도 계속 될까요? 그건 국내 시장의 맹주인 현대차와 기아가 더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아, 어쩌면 현대차·기아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좀 더 겸손하게 다가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