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우성아파트 경매에 27명 응찰…감정가보다 6.3억 높은 31.7억에 낙찰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가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지정되면서, 규제의 사각지대인 경매 시장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일반 매매보다 까다로운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31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우성아파트(전용 131㎡) 경매에 무려 27명이 응찰했다. 낙찰가는 31억7640만원으로 감정가(25억4000만원)보다 6억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같은 면적 아파트의 올 1월 실거래 최고가는 28억7500만원(9층)이었다. 경매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매매보다 더 비싸게 거래된 셈이다.
이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경매의 특수성때문으로 풀이된다.
토허제는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 일정 면적 이상의 부동산 거래 시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취득 후 2년간 실거주 의무까지 부과된다.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경매는 다르다.
지지옥션 이주현 전문위원은 “응찰자나 낙찰가만 보더라도 토허제 재지정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과거 토허제 해제 이후 가격이 급등했던 경험을 떠올리는 투자자들이 이번에도 경매를 통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은 2020년 강남권을 중심으로 토허제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에도 매수 심리는 일시적으로 위축됐지만, 토허제 해제 이후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자 수익을 거둔 사례들이 이어졌다. 이런 기억은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집단 학습’이 됐다.
그 결과, 경매는 이제 저가 매입 수단을 넘어 규제 회피용 투자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부가 추가적인 보완 입법에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경매도 일정 기준 이상에서는 허가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경매를 통한 취득이라고 해도 주택을 구매한 목적이나 자금 출처가 명확하지 않다면, 이를 통한 우회 거래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법 취지에 맞게 경매 예외 조항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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