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옥죄니 갈 곳 잃은 무주택자…아파트도 ‘월세화’ 가속

2025-03-31

2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 절반 넘어

공급 줄어 전셋값 치솟고 대출 규제 강화로 이자 부담↑

매수심리 위축…월세 선회 움직임 한동안 지속 전망

비아파트 시장에 이어 아파트 시장에서도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전세 매물이 줄고 가격이 오르면서 전반적인 주거비 부담이 증가한 데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이자 부담이 커진 임차인들의 월세 선호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1일 국토교통부의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1년 전보다 6.0% 늘어난 27만8238건으로 집계됐다. 같은기간 수도권 전월세 거래량은 17만6505건으로 35.4% 확대됐다.

유형별로는 아파트 전월세 거래가 12만3808건으로 1년 전 대비 25.1% 증가했고 비아파트는 15만4430건으로 51.8% 늘어났다. 이 중 월세(보증부월세·반전세 등 포함)는 전체의 63%인 17만5124건으로 전세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신고된 서울의 아파트 전세거래는 1만5865건, 월세는 1만6570건 등이다. 월세가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1.5%로 과반을 넘어섰다.

최근 몇 년 간 전세사기 여파로 전반적인 전세 선호도가 떨어진 가운데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월세로 돌아선 수요가 늘어난 모양새다.

수요가 늘면서 시장의 매물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아실에 나온 서울의 아파트 월세 매물은 1만8673건이다. 올 초 2만83건이던 것을 감안하면 7.1% 빠졌다.

공급 부족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면서 전셋값이 급등하는 것도 월세화에 영향을 미친다. 통상 대규모 입주가 이뤄지면 전세매물이 급증하면서 자연스럽게 전셋값이 하락하는데 공급이 줄면 시장 가격에 영향을 줄 정도의 입주장 효과를 거두기 힘들어지는 셈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총 3만7681가구다. 문제는 내년에는 이보다 74.4% 급감한 9640가구가 예정돼 있고 내후년인 2027년에도 9573가구 집들이에 그칠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8274건으로 올 1월 초(3만1814건) 대비 11.2% 줄었다.

업계에선 아파트 월세화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매매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전세자금대출 문턱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자금대출 보증 책임비율을 100%에서 90%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오는 5월 시행할 예정이다. 당초 7월로 예정돼 있던 일정을 2개월 앞당기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7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가 시행되면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월세화가 지속되면 전셋값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집값도 밀어올리게 될 거라고 우려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연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3만가구를 넘기겠지만 기준금리 인하와 봄 이사철을 맞아 전세 매물이 감소하고 있다”며 “금융권 전세대출 강화 추세 등을 고려하면 서울 아파트의 월세화 현상과 월세가격 인상은 당분간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은행권이 대출을 깐깐하게 관리하고 무주택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세대출까지 규제를 강화하게 되면 임대차시장에 머무는 수요가 늘어 임대료가 꾸준히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임대차시장 불안이 향후 집값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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