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마리오’의 쓴 소리 “美·中에 뒤진 EU, 현실 파악도 못해"

2025-09-17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미국과 중국에 경쟁력이 크게 뒤진 유럽이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그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ECB를 이끌며 과감한 통화 완화 정책으로 유럽이 재정위기를 벗어나는 데 크게 기여해 ‘슈퍼 마리오’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 이력을 발판 삼아 고국 이탈리아 정계에 입문, 2021년 2월부터 1년 8개월 동안 총리를 역임하기도 했다.

드라기 전 총재는 16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드라기 보고서’ 발간 1주년을 기념해 열린 콘퍼런스에서 이 같이 말했다. 드라기 보고서는 그가 구상한 유럽연합(EU)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집대성해 총 328쪽 분량으로 발간한 보고서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직접 그에게 작성을 부탁했다. 드라기 전 총재는 보고서에서 EU의 경쟁력이 실존적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해마다 연간 최대 8000억 유로(약 1308조 7680억 원)을 투자해 산업 구조를 뿌리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EU의 현실은 1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드라기 전 총재는 “EU는 글로벌 질서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쟁국에 밀리지 않으려면) 차원이 다른 속도와 규모, 강도가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또 “미국과 중국의 경쟁자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해도 (유럽에 비해) 훨씬 제약이 덜하다”며 “각자의 노력을 분산시킬 것이 아니라 (유럽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라기 전 총재 또 EU의 보조금 제도가 역내 기업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EU 각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을 여전히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EU는 산업 경쟁력 강화는 둘째치고 고질병인 재정 불안 문제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현재 평균 88%로 재정위기가 한창 때인 2010년(당시 16개국) 85.4%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114.1%로 EU에서 세 번째로 높은 프랑스 주요 노조들은 정부의 긴축 재정에 반발해 18일 대규모 파업을 예고했다. 프랑수와 베이루 전 총리가 긴축 재정안을 추진하다 의회에서 불신임표를 받고 물러났음에도 정부를 상대로 실력 행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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