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서울과기대 교수
중소 건설업 안전 개선 방향
건설안전 토론회서 제언
[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중소 건설공사 현장의 안전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단편적인 감독·점검 대신 수주와 연계한 안전보건 역량 인증 제도를 통해 실질적인 안전보건 확보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모인다.

정재욱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5년 건설안전 국회토론회’에서 ‘중소 건설업 안전수준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중소 건설업체·현장은 대형 현장에 비해 그 수가 막대한데도 관리 인력을 비롯한 안전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2022년 기준으로 국내 건설시장에서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또는 공사기간 1년 미만의 중·소규모 현장은 12만개에 이르며, 전체 현장 수의 93%를 차지했다.
그러나 중·소규모 현장의 안전관리 기준은 대형 현장에 준해 적용되고 있어 각종 규제를 이행하거나 기본 안전 역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50억원 미만 공사 현장에서 1191명의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전체의 70.98%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현장 대비 사망자 수가 2.4배에 이른 것이다.
이에 중·소규모 현장이 중대 산업재해 저감을 위한 제도 개선의 주된 목표로 설정돼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견해다.
특히 정 교수는 중소 현장의 안전보건 관련 기본 역량과 제도 이행력을 제고하기 위해 수주산업의 특성과 연계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간 중앙정부 순회 현장점검이나 지방자치단체·발주청에 의한 점검이 여러 차례 이뤄져 왔으나, 단편적인 지적 중심의 점검 또는 컨설팅만으로는 중소 현장의 안전 역량을 개선하는 데 한계를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소 건설업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 위험성평가 역량 확보 인증이나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며 “이런 인증이나 평가를 공공공사 입찰제도와 연계하면 중소 현장의 안전보건 역량을 상향 평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보건 인증이나 평가를 받아 역량을 입증할 것을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 조건으로 두거나, 안전보건 우수사례 업체를 선정해 포상하는 등 안전보건 역량이 수주에 유리하게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중소 업체를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중에서도 정 교수는 현장 이동이 잦은 중소 현장의 근로자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교육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현행법상 건설업 안전보건교육은 정기교육, 채용 시 교육, 특별교육, 기초안전보건교육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이들 교육은 현장별로 실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정 교수가 지난 2023년 자체 설문조사를 수행한 결과, 건설업 근로자들은 연평균 3.7개의 현장에서 안전보건교육을 중복 이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싱가포르, 영국, 홍콩 등은 건설업 종사자가 2~5년 주기의 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하면 별도의 추가 교육 없이 일할 수 있게 한다”면서 “현장 대신 외부 전문 교육기관을 통해 자격요건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교육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정 교수는 현장에서 요구되는 안전보건 관련 서류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산업안전보건법에만 한정해도 77종의 서류를 갖춰야 하는 실정”이라며 “형식적인 서류 확인 대신 실제 현장의 위험을 줄여 나가는 과정이 충실히 담긴 일일 작업회의 등을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환노위 위원인 우재준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산업안전상생재단과 한국건설안전학회가 공동 주관하며 고용노동부가 후원한 가운데 마련됐다.
안호영 의원은 “환노위원장으로서 오늘 제안된 의견이 정책과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뜻을 모아 건설업의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고, 국민의 생명과 노동자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재준 의원은 “오늘 토론회는 상대적 취약계층인 중소 건설업의 안전관리 문제점을 중심으로 보다 실효적인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만든 자리”라며 “논의된 내용들이 건설현장의 사고 예방에 초석이 되길 바라며, 법과 제도개선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