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물론 동물도, 심지어 기계도 체(體) 내의 모든 기관이 원활하게 순환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어느 한 곳이라도 막히면 고장이 난다. ‘모든 것이 뜻대로 잘됨’이라는 뜻의 한자어 ‘만사형통’의 ‘통’자도 ‘순환’의 뜻을 갖고 있으니 통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하물며 여러 개체가 함께 섞여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소통력’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 되었다.
한편 ‘소통’과 반대되는 뜻의 말은 ‘단절’이다. 단절은 ‘끊을 단’, ‘끊을 절’로 구성된 말로 지속가능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 단절은 관계의 끊어짐을 뜻하기도 한다. 관계는 인공지능, 첨단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사회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한 인간은 다른 인간과 서로 의존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본능인데, 최근 최첨단 인공지능기술은 편리성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제공하지만 관계의 단절도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점점 고립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의 추종을 불허하는 IT 강국 대한민국의 화려한 모습 이면에는 OECD 가입국 중 노인의 상대적 빈곤 위험도 1위라는 어두운 면이 함께 존재한다. 2022년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지속가능목표(SDGs) 이행보고서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 소득 인구의 비율)은 40.4%를 기록했다. 이는 18~65세 빈곤율(10.6%)의 4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18~65세 빈곤율 대비 66세 이상 빈곤율로 측정한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 위험도는 367.8%(2018년 기준)로 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일본의 위험도가 153.8% 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사회의 심각성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농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농촌경제원은 최근 ‘2018~2022년 농가경제 심층분석’ 연구보고서를 통해 농촌 노인인구의 경제적 취약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70대 이상의 1인 농가 비율은 74.7% 이다. 이들의 상대적 빈곤율 또한 최대 78.6%에 달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사회의 수도권 일극주의 체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농업·농촌 홀대가 최근만의 일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정책은 수도권 대도시를 향하고 있다.
답은 ‘통’(순환)에 있다. 농촌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 위험도가 높다고 해서 고령층만을 위한 정책에 예산을 집중해서는 답이 없다. 농촌 지역 전 세대의 삶을 포괄할 수 있는 유기적이고 종합적이며 지속가능한 발전계획이 필요하다. 그 중 한 가지 방법이 지역사회 ‘돌봄’체계 구축이다. 돌봄은 기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의 뜻을 갖고 있다. 또한 ‘건강 여부를 막론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거나 증진하고, 건강의 회복을 돕는 행위’를 뜻한다. 결국 돌봄은 사회 구성원 간의 관계와 소통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이를 잘 실행할 수 있는 사회·경제 체제가 ‘사회적경제’이다. 기본적으로 사회적경제는 ‘연대와 협동’을 바탕으로 하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통’(순환)을 추구한다면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구준회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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