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준 벤처협회장 “벤처투자 50조원 확대…혁신산업 이끌 정책 지원 시급”

2025-04-29

“우리 벤처기업들이 처한 경제 상황은 심각합니다. 재앙적인 규제와 지속적인 삼고 현상, 자금 확보의 어려움, 글로벌 관세 정책 등 대내외 불확실성은 벤처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송병준 협회장은 지난 29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베서더 서울 아잘레아스홀에서 열린 ‘2025년 벤처기업협회 기자간담회’에서 벤처업계의 위기를 호소했다. 70여 명의 업계 관계자와 출입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지한 분위기로 행사가 진행됐다.

첫 적자 기록한 벤처업계…”생존넘어 혁신 이끌 벤처생태계 복원 절실”

송병준 협회장은 “혁신기술 기반 창업기업이 감소하고, 벤처기업의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라고 현실을 진단했다. 실제로 벤처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업당 평균 영업이익은 -11억원이다. 조사 이래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송병준 제12대 벤처기업협회장(겸 컴투스 의장)이 취임 2개월 만에 벤처기업 살리기 대책을 쏟아냈다. 짙은 회색 캐주얼 재킷 차림으로 단상에 선 그는 현재 12조원 규모인 벤처투자 시장을 50조원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날 간담회는 송병준 협회장의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이다.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은 벤처기업협회의 주요 사업방향과 정책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회의장 입구에는 ‘벤처 30년, 이 시대가 다시 벤처를 부른다’는 슬로건이 걸려 있었다.

“규제는 예산 없이도 기업 살릴 가장 효과적 정책”

송병준 협회장은 임기 중 핵심 추진 사업으로 벤처 생태계 복원과 규제 혁신, 민간 주도 AX 생태계 플랫폼 구축, 기업가 정신 확산, 협회 외연 확장 등을 제시했다. 발표 중 핵심 사안마다 목소리에 힘을 주며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규제 혁신에 대해 “예산 없이도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정책 도구”라고 강조했다. 벤처기업 대상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3%가 ‘한국의 산업 규제 강도가 외국보다 강하다’고 답했고, 42.5%는 ‘매우 강하다’고 응답했다.

송병준 협회장은 “기존의 제왕적인 규제 체계와 신산업 진입 규제, 새롭게 등장하는 규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혁신을 저해하고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벤처가 재도약하려면 근로시간 유연화와 금융지원 확대가 필수”

협회는 이날 혁신산업 금융 유동성 강화, 근로시간 유연화, 규제 혁신 기준국가제 도입 등 3대 핵심 정책과제를 공개했다.

송병준 협회장은 “벤처생태계 관련 주요 지표들이 2021년을 기점으로 모두 하향하는 추세”라며 “특히 기술 기반 창업 기업 수가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협회는 벤처투자 시장 확대를 위해 68개 법정기금에 벤처스타트업 투자 의무화(5% 이상)와 퇴직연금 벤처투자 허용을 추진한다. 또 벤처펀드 소득공제율을 5%에서 10%로, 민간 벤처모펀드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근로시간 유연화와 관련해서는 “노사 합의를 전제로 기업 자율에 맡기자는 것이 기본”이라며 “연장근로 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고, 벤처기업 핵심 R&D 인력에 대해서는 주 52시간 예외 적용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규제 혁신 기준국가제는 미국 등 혁신 선진국의 규제 기준을 한국에도 적용하는 방식이다. 송병준 협회장은 “이미 시행착오를 겪어 검증된 산업들에 대해서는 과감히 선(先) 허용을 해주는 게 맞다”고 밝혔다.

벤처 30주년 기념사업 및 협회 외연 확대

올해는 1995년 벤처기업협회 설립 이래 30주년을 맞는 해다. 협회는 12월 1일부터 5일까지를 ‘벤처주간’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협회 측은 화면을 통해 30주년 기념 로고와 행사 일정을 소개했다.

‘이 시대가 다시 벤처를 부른다’는 슬로건 아래 대국민 홍보 캠페인, SNS 챌린지, 회원사와 함께하는 사회공헌 활동 등을 진행하며, 차세대 리더 30인 발굴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또한 판교 신사옥에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송병준 협회장은 협회의 외연 확장을 위해 AI, 문화콘텐츠, 뷰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선도 기업들을 임원사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퓨리오사AI, 에이블리코퍼레이션, 토스, SM엔터테인먼트, 레오네즈, 그레이스, 스테이지5 등이 새롭게 합류한다.

“생존에 혈안된 벤처기업들, 더 무거운 책임감 느껴”

간담회에는 이용균 수석부회장(알스퀘어 대표), 김기혁 부회장(SWM 대표), 오상훈 이사(럭스로보 대표) 등 협회 임원진도 참석해 업계 현안을 공유했다.

송병준 협회장은 “한국에서 새로운 시장을 도전하고 발굴하는 것이 벤처기업이 가져야 할 사명”이라며 “계속 도전하고, 혁신해서 한국을 다시 한번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취임 2개월의 소감에 대해 “직접 몸으로 뛰면서 굉장히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벤처업계에서 혁신 기업들의 목소리가 잘 전달돼 경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고 밝혔다. 더불어 “최근 많은 벤처·스타트업이 비용 줄이는 데 혈안이다. 그리고 생존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런 기업들이 살아나야 혁신을 해나가고 국가 경제가 일으켜 세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벤처 1세대의 한계’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다. 한 기자가 “기술 중심으로만 성장하다 보니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며 벤처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지적했다.

이에 오상훈 이사는 “저희 같은 젊은 기업인들이 성공하는 사례를 보여드리겠다”며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국민적 관심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송병준 협회장도 “기업가 정신에 대한 성찰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3만 8천여 개 벤처기업은 총 매출 242조원(GDP의 약 10%), 고용 98만 5천명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매출 1천억 이상 벤처기업은 908개사, 1조원 이상은 25개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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