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간담회 안한다…李경고 뒤 지방돌며 몸낮춘 정청래

2025-11-07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정부를 뒷받침하는 ‘서포트 리더십’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정안정법’으로 이름 붙인 ‘재판중지법’ 추진을 철회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대통령실의 공개 경고를 받은 뒤 몸을 낮춘 모습이다.

정 대표는 7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자산 매각 전면 중단과 진상조사를 지시했다”며 “윤석열 정부 때 자행된 자산 매각은 매국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이승만 독재 정권은 귀속재산처리법을 통해 일제가 남기고 간 대부분의 재산을 매각했다. 이승만 정권의 적산 불하와 윤석열 정부의 자산 매각의 작태가 비슷해 보인다”며 “민주당은 정부 조사 결과에 따라 신속하게 보완 입법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전날 광주를 찾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서는 “‘윤 어게인’ 세력과 손절을 하든지, 광주 5·18을 추모하는 분들과 손절을 하든지, 둘 중 하나만 하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이어 충북 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을 방문해 ‘K-바이오 세계 도약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진행한 자리에서도 이재명 정부의 성과를 알리고, 이를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정 대표는 “바이오 산업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미래 성장 전략으로 ABCDEF 전략 중 B는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간 중 있던 한·미 관세 협정에서 의약품은 최혜국 대우를 받고, 복제약 의약품에 대해서는 무관세 적용이라는 성과를 냈다”며 “위기를 잘 넘겼고, 이를 기회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정부 성과를 추켜세웠다.

평소에도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적극 뒷받침했던 정 대표였지만,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이 더 강화됐다. 특히, 지난 3일 대통령실이 “민주당의 사법 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재판중지법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고 제동을 건 뒤 정 대표는 낮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며 경고한 데다, 당에서도 “집권 여당이 대통령실과의 불통을 반복해선 안 된다”(박홍근 민주당 의원)는 공개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에서도 “APEC 성과를 알리는 데 집중할 시기에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중진 지도부 의원)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의 공개 비판 이튿날인 지난 4일 이 대통령이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자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뒤 “오늘의 포토제닉”이라고 썼고, 5일엔 민주당에 ‘APEC 성과 확산 및 한·미 관세 협상 후속 지원위원회’를 출범시켰다.

8·2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정 대표는 9일로 취임 100일을 맞이하지만, 당초 구상하던 기자 간담회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경기 용인에 위치한 유기견 보호소를 방문해 봉사 활동을 하고, 소방서를 격려 방문을 한다. 정 대표는 “매일 메시지를 내는데, 굳이 형식에 얽매인 간담회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 임기 초에는 대통령의 시간이니 언론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앞으로 주 1회 현장 최고위원회의 개최를 목표로 지역 곳곳을 방문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 대표 측에선 대통령실을 향한 날 선 목소리도 나온다. 정 대표와 가까운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7일 CBS 라디오에서 “(지난 4일 대통령실의 재판중지법 브리핑은) 반박이 아니라, 오히려 법원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고 이해한다”며 “(당은) 용산 출장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실과 정부는 발라드를 부르는 것이고, 저희는 락을 부르는 것”이라며 “제가 최고위원 시절부터 이재명 대표와 정청래 수석최고위원의 관계를 너무 잘 알아 갈등이라는 표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