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北동포 등골빼는 ‘충성수수료’

2025-08-17

러시아에 근로자로 파견된 북한 동포 A 씨는 지난해 목숨을 건 탈출을 결행했다. 그는 러시아 극동 지역의 한 아파트 현장에서 약 2년간 아침 6시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A 씨와 동료들은 1년에 이틀밖에 쉬지 못하면서 건설 현장에 갇혀 지내야 했다. 결국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창살 없는 감옥, 강제 노동 수용소였다”고 폭로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견 근로자들은 이렇게 혹사당하고도 현지에서 돈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귀국 뒤 사후 정산을 받는다. 실수령액은 겨우 월 100~200달러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임금의 대부분을 ‘충성 자금’으로 떼간 탓이다. 서방 언론은 이를 ‘충성수수료(royalty fee)’라고 부른다.

미국 대외정책연구소(FPRI)에 따르면 북한은 1940년대부터 러시아 전신인 소련에 근로자를 보냈다. 이들은 혹한의 시베리아 굴라크(강제 노동 수용소) 등에 갇혀 고된 건설·벌목 노역에 시달렸다. 북한 당국은 이들이 번 임금에서 많게는 90%가량을 충성수수료로 갈취했다. 그 규모가 2017년 무렵에는 근로자 1인당 월 300~900달러에 달해 연간 총 2억 달러에 이르렀다. 지난해 북한 동포의 러시아 입국자 수는 전년 대비 약 12배 증가한 1만 3000명(러시아 정부 통계 기준)으로 추산된다. 그중 8000여 명이 학생 비자로 들어갔다. 북한 국적자에 대한 노동 허가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학생 비자 등으로 피해간 것이다.

북한 동포의 러시아 파견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하원 의장 대표단이 북한이 15일 광복절 제8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축전을 대독할 정도로 북러가 더 밀착하고 있다. 소년공 출신으로서 노동자 인권을 강조해온 이재명 대통령은 북러 간 불법 거래로 혹사당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희생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남북 협력·교류를 추진하더라도 북한 인권과 비핵화에 대해 확고한 원칙을 견지해야 국민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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