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워싱턴 투입 주방위군 두 배로 증강…시민들 “파시스트 물러가라” 주방위군과 대치

2025-08-1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범죄·노숙인과의 전쟁’을 위해 수도 워싱턴에서 배치하는 주방위군 규모를 약 두 배로 늘리고 있다. 주방위군에게 무기를 휴대하라는 지침이 조만간 내려질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시민들은 “파시스트 정권은 물러가라”며 도심 곳곳에서 산발적인 시위를 벌였다. 내셔널 몰 주변에서는 한때 시위대와 주방위군이 대치하는 일촉즉발 상황까지 펼쳐졌다.

16일(현지시간) 웨스트버지니아·오하이오·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적어도 3개 주의 주지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주방위군을 워싱턴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패트릭 모리시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는 이날 자신의 엑스 계정에 올린 글에서 “워싱턴을 안전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대통령의 계획을 지원하도록 주방위군에 지시했다”면서 “우리는 300~400명의 숙련된 군인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도 “200명의 병력을 지원하겠다”면서 “대통령의 법질서 회복 노력에 함께 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도 150명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공화당 주지사들이다. 세 주에서 750명가량이 추가 파견될 경우, 현재 배치된 800명에 더해 주방위군이 약 두 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만간 주방위군에게 무기 휴대 지침이 내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주방위군 800명을 처음 배치할 때만 해도 “무기는 무기고에 보관될 것”이란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하지만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은 WSJ에 “일부 주방위군에게 무기를 소지하라는 명령이 곧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WSJ는 15일 밤 내려질 것으로 예정됐던 지침이 아직 공식적으로 내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미화 작전’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240명 이상이 체포됐고, 38정의 총기가 압수됐다. 특히 지난 15일에만 미등록 이민자 28명을 포함해 52명이 체포됐다. 주방위군은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내셔널 몰, 중앙기차역인 유니언 스테이션 앞에 출근 시간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내셔널 몰 근처에서는 시위대와 주방위군이 대치하는 아찔한 순간도 펼쳐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시작한 후 처음 맞는 토요일인 이날 워싱턴 곳곳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산발적인 시위가 열렸다. 특히 중심가인 듀폰트서클에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모여 백악관 주변까지 행진했다. 찌는 듯 무더운 날씨였지만 ‘아기 트럼프’와 ‘자유의 여신상’ 코스프레 옷을 입고 온 참가자부터, 큰 소리로 호응하기 위해 프라이팬을 들고 온 할머니도 있었다.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하이오에서 이곳까지 온 앨드리스는 오전 6시에 일어나 7시간 넘게 자동차를 몰았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는 편견과 증오를 무기로 만들려 하고 있다”면서 “워싱턴 시민과 연대하기 위해 한달음에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민자와 노숙인을 쫓아내기 위해 주방위군을 투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군국주의자들이 지배하고 있는 이 나라는 마치 히틀러 집권 직전의 바이마르 공화국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메릴랜드에서 왔다는 제시카는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의 열병식에 반대하기 위한 ‘트럼프는 왕이 아니다’ 시위에 이어 이번이 자신의 생애 두 번째 시위 참석이라고 했다. 그는 “워싱턴 주방위군 투입을 보며 무섭고 두려웠다”면서 “이 무력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또다시 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시위대는 백악관 주변까지 평화롭게 행진을 시작했다. 그러나 내셔널 몰 근처에 배치돼 있던 주방위군과 마주친 순간, 시위대 일부가 주방위군을 향해 “반역자”라고 고함치고 야유하면서 긴장된 대치상태가 펼쳐졌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자전거를 타고 시위대를 따라오던 워싱턴시 경찰들이 시위대와 주방위군 사이에 끼어들어 인간 장벽을 쌓아 충돌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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