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손보, 올 3분기 누적 당기 순익 1518억원... 전년 동기 대비 59.8%↑
그러나 '미래 수익성 지표' CSM은 2개 분기 연속 감소... 신계약 실적 부진 탓
'애물단지'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장품목 증가도 예정돼... 손실 확대 가능성 커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NH농협손해보험이 추후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계약 실적 부진으로 미래 수익성을 가늠하는 CSM(보험계약마진) 잔액이 거듭 감소 중인데다가, 손실 규모가 커지고 있는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장품목 확대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19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농협손보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5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8% 증가했다.
이는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의 고른 상승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올 3분기 농협손보의 누적 보험손익은 13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2% 늘었으며, 투자손익은 909억원으로 12.6% 증가했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이 같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농협손보의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우선 보험업계는 농협손보의 CSM 잔액이 계속해서 쪼그라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농협손보의 CSM 잔액은 올 1분기 말 2조1973억원이었으나, 2분기 2조1424억원, 3분기 2조1203억원으로 2개 분기 연속 감소하며 9개월만에 약 700억원이 날아갔다.
CSM은 지난해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라 떠오른 미래 수익성 지표로, 보험사는 CSM을 우선 부채로 인식한 뒤 매년 일정 비율로 상각해 수익에 반영한다. 즉, CSM이 감소하면 그만큼 보험사의 향후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보험업계는 농협손보의 신계약 실적 부진이 CSM 감소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농협손보의 올 3분기 누적 신계약 CSM은 22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줄었다. 특히 올 3분기 개별 신계약 CSM은 499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무려 41.5%가 급감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장성보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적지 않은 보험사가 신계약 유입 둔화나 신계약 수익성 저하를 겪고 있기는 하다"면서도 "농협손보의 경우 신계약 실적 부진이 눈에 띌 정도로 도드라진다는 점이 문제"라고 전했다.
여기에, 농협손보 입장에서 더욱 뼈아픈 부분은 CSM 잔액이 올 4분기 추가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마련한 계리적 가정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올 연말 결산부터 적용되면 업계 전반의 CSM 감소가 불가피한 탓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을 비롯한 계리적 가정값을 낙관적으로 설정, CSM 규모를 부풀리고 있다고 보고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마련한 바 있다. 농협손보로서는 이미 CSM이 연거푸 줄어든 상황에서 '후속타'까지 받게 된다는 얘기다.
아울러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장품목 확대도 농협손보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손보는 농작물재해보험을 사실상 유일하게 취급 중으로 재해 발생 시 수익성이 하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같은 상황에서 보장품목 확대까지 앞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장품목은 현 73개에서 2027년 8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실제로 농작물재해보험은 현재도 손실 규모를 키우며 농협손보의 수익성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있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농작물재해보험 손실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2200억원으로 집계됐다. 농협손보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쌓은 신계약 CSM(2292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 농작물재해보험 때문에 사라진 셈이다.
시점을 지난해로 돌려봐도 마찬가지다. 농협손보는 지난해 3분기에도 농작물재해보험으로 재작년 같은 기간보다 적자 규모가 다섯 배 이상 증가한 179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농협손보에게 있어 농작물재해보험은 애물단지와도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상기후 등으로 재해 발생이 빈번해지고 있는데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장품목마저 늘어나고 있다"며 "농작물재해보험으로 인한 농협손보의 손실은 앞으로도 꾸준히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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