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마다 없는 곳이 없는 편의점. 전국에 5만5194곳(지난해 말 기준), 국민 937명당 1곳꼴이다. 편의점은 ‘오프라인 유통 대장’이던 대형마트를 2021년 매출로 누르더니 이제 백화점 턱밑까지 추격하며 ‘유통 왕좌’를 노린다. 편의점, 앞으로도 계속 잘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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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식 편의점의 시초이자 ‘편의점 왕국’ 일본을 보자. 옷까지 만들어 팔며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일본 편의점들은 요즘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 전략에 한창이다. 편의점에서 개호(옆에서 돌봐줌) 보험 상담을 하고, 검진을 받고, 수다를 떠는 일본 노인들이 많다. 이들은 편의점서 파는 노인 특별 영양식을 먹고 돋보기 안경이나 성인 기저귀 같은 시니어용 물품도 편의점에서 산다. 일본에서 편의점 매장 수가 줄어드는데도 매출은 되레 늘어나는 배경이다.
고령사회 일본을 뒤따라 가고 있는 한국. 한국의 편의점들도 언젠가 그렇게 바뀔까. 한·일 대표 편의점들을 통해 소비의 미래, 유통의 미래를 살펴봤다.
1. 1982년 이후 43년만…‘유통 킹’이 코앞
편의점이 처음부터 환영받은 건 아니었다. 1982년 롯데쇼핑이 서울 약수시장에 세븐일레븐 1호점을 열었지만, 2년 만에 물러났다. 한국 최초의 편의점이었으나 동네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구멍가게를 이기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편의점 시대가 열린 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다. 1989년 럭키금성(현 LG) 그룹 계열인 희성산업이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GS25(옛 LG25) 1호점을 열었다. 동네 수퍼가 문 닫았을 때나 찾는, 24시간 운영하는 ‘미니 마트’라는 콘셉트였다. 구멍가게에 밀렸던 편의점이 35년만에 유통 왕좌를 노리기까지 몇 번의 퀀텀점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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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편의점 데이트’ 시작은 ‘질투’
‘세련되지만 비싼 동네 수퍼’ 이미지였던 편의점이 전 국민에게 이름을 알린 건 1992년 TV 드라마 ‘질투’를 통해서다. 당시 시청률 40%선이던 이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최수종‧최진실이 극중에서 편의점에 들러 라면‧김밥을 먹고 컵콜라를 마시며 데이트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후 편의점은 단숨에 젊은 세대가 찾는 트렌디한 공간으로 떠오르며 ‘라면 데이트’ 발길이 이어졌다. 1989년 1개였던 점포는 1996년 1000개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