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에듀테크'가 포스트 한류 시대의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류의 확산세가 새로운 분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한국어 학습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교육 시스템과 학습 기술 전반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삼석 동국대 AI 융합대학 석좌 교수는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자연스레 한국 교육에 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K-에듀테크가 한류의 후발 주자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인프라를 잘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에듀테크 수출 성과는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미국 교육시장 조사기관 홀론아이큐는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 규모가 2025년 40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지만,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성과는 여전히 미미하다. 세계적 성장세에 비해 한국 에듀테크는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다.
국내 에듀테크 업계에서 꼽는 해외 진출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국내 공교육에서의 검증 여부다. 에듀테크 기술과 플랫폼의 공교육 현장 경험은 곧바로 신뢰로 이어지지만, 실제 교실에 안착한 성공 사례는 드물다. 복잡한 조달 절차와 제한적 예산 구조로 새로운 서비스가 진입하기 어려운 것이 이유다.
이종환 아이포트폴리오 부사장은 “국내 서비스들이 독자적으로 해외 시장을 열기는 매우 어렵다. 공교육 현장에서 상용되는 경험 자체가 매우 중요하지만 지금은 세계 빅테크보다 교실에 들어가기 힘들다”며 “복잡한 행정 절차나 자율적일 수 없는 예산 등이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에듀테크를 검증하는 현행 생태계도 한계로 지적된다. 현재 '에듀테크 소프트랩'을 통해 일부 교사가 제품을 체험할 수 있지만, 최종 선택은 정부 몫이다. 현장 상황을 잘 아는 교사가 자율적으로 다양한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병덕 에이치비아이티 대표는 “에듀테크 소프트랩에 참여했지만 최종 선정되지 못한 플랫폼은 좋은 기술조차 피드백 기회를 얻기 어렵다”며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자라지 못하는 역성장 구조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국내 에듀테크 산업의 또 다른 과제는 현지화 요소를 강화하는 것이다. 대다수 국내 플랫폼이 국내 기준으로만 개발돼 단순 번역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글로벌 교실에서 활용하기 어렵다.
조세원 위버스브레인 대표는 “제품 개발 시 현지 반응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현지화 과정을 잘 이행할 수 있게 파트너와 협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종환 부사장은 “국가별 교육 과정 차이가 커 수학·과학 등은 국내 에듀테크와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며 “맞춤형 전략으로 현지 교육방식과 문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웅진 씽크빅 관계자 역시 “현지화는 안정적인 해외 성과를 내기 위한 핵심 요소”라며 “각국의 교육·문화 상황을 반영해 언어 및 콘텐츠 현지화와 더불어 UI·UX 최적화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에듀테크 기업의 현지화가 어려운 이유로 예산 부족을 꼽는다. 현지 교육 제도와 교과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전문 인력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다수 에듀테크 기업들은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거나 별도의 해외 전담팀을 꾸리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광열 한국스마트에듀테크협동조합 대표는 “교과서 제작사 등 중견 기업은 여력이 있지만 다수의 중소업체는 해외 전담팀조차 꾸리기 힘들다”며 “정부 지원도 미흡해 해외 박람회 참가조차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해외 홍보와 마케팅 기회가 부족한 것도 어려움으로 꼽힌다. 강병덕 대표는 “실제 박람회에서 현장과 무관한 참가자들과의 만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산업 관련 기관 중심이 아니라 현지 교육부와 협력해 실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홍보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굳이 오프라인 박람회가 아니어도 온라인을 통해서도 연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도 국내 에듀테크 기업들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해외 시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아이포트폴리오는 최근 '2025 옥스포드 온라인 여름 세미나'에 초청돼 일본 영어 교사 등을 대상으로 자체 인공지능(AI) 기능을 담은 영어 학습 기능을 선보였다. 에이치비아이티의 교육메타버스 플랫폼 '클래스 링크'는 몽골에서 전자칠판 등 하드웨어 납품에 이어 가상학교 플랫폼 소개, 교사 연수까지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웅진씽크빅은 최근 CES 2025에서 AI 부문 최고 혁신상을 받은 '북스토리'의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다. 게임·메타버스·AI를 결합한 영어 학습 서비스 '링고시티'는 일본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위버스브레인은 학생 인구가 많은 베트남과 시장 규모가 큰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자체 AI 기술력과 현지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를 결합해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이다.
조세원 대표는 “동남아에서 해외법인 설립 시 작은 것 하나부터 어려웠고 현지 기업이나 한국 기업 서로 신뢰도가 없어서 까다로웠다” 며 “정부가 사업 과정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게 인프라를 조성해주면 에듀테크의 해외 진출 활성화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삼석 교수는 “현재도 성과를 내는 에듀테크 기업이 있지만, K-콘텐츠 확산으로 한국어와 에듀테크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글로벌 시장 진출 인프라를 구축해야 K-에듀테크가 한류의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