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 폭락·브로맨스 '삐걱'…사면초가 머스크

2025-03-11

정치와 사업,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서 추진한 정부 구조조정으로 비호감 이미지가 쌓여 사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그를 비호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거리를 두며 굳건했던 ‘브로맨스’가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머스크는 10일(현지 시간) 공개된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DOGE 수장을 맡으면서 테슬라 등 기업 경영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큰 한숨을 내쉬었다. 머스크는 이날 테슬라 주가 폭락과 차량 방화, X(옛 트위터) 접속 장애를 모두 겪는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15.43% 하락한 222.15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17일 최고가(479.86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4년 반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만 1300억 달러(약 190조 원)가 증발했다. 머스크 개인 재산도 290억 달러(약 42조 원) 줄어들었다. 주가가 대선 전인 10월 중순 수준으로 회귀하며 시총은 한때 1위에서 이날 13위까지 추락했다.

이날 미 증시 전반은 관세 전쟁 격화와 경기 침체 우려로 타격을 받았지만 특히 테슬라의 낙폭이 컸던 것은 테슬라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중국 전기차와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반(反)머스크 운동이 퍼지며 테슬라 차량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테슬라를 겨냥해 ‘테이크다운(기습)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날도 워싱턴주 시애틀의 테슬라 소유 주차장에서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 4대가 불탄 사건이 발생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X 계정에 해당 사건을 공유하고 “이것은 미친 짓”이라고 썼다.

공교롭게도 이날 X에서는 전 세계에서 일시적인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머스크는 우크라이나에서 사이버 공격이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여기에 4일 전에는 그가 소유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화성 탐사선 ‘스타십’이 8차 시험비행에 실패했다.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DOGE 수장으로 취임했을 때부터 우려했던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밀착하면서 규제 완화 등으로 혜택을 보기는커녕 비호감 이미지만 쌓여 경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DOGE 수장으로서 수만 명의 연방정부 공무원들을 해고하고 정부기관을 폐쇄하며 비판 여론에 부딪치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50%가 정부 내 머스크의 업무에 반대 표를 던졌고 34%만 찬성한다고 답했다.

머스크는 경영에 어려움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정치 활동은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주가 폭락과 관련해서는 자신의 X에 “장기적으로 보면 문제가 없다”며 낙관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나는 정부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낭비와 사기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지금까지 실제로 좋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만족감과 함께 정치 개입의 정당성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DOGE 수장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1년 더 머물 것”이라며 현재 100명 수준인 DOGE 인력을 200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의 ‘전업 경영 복귀’를 바라는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발언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장기적으로 기대했던 트럼프 행정부 내 규제 완화에 따른 수혜도 불확실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공격을 당하고 있는 데다 그를 지지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거리를 두면서 그의 ‘실세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백악관 회의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머스크가 정부 구조조정을 놓고 고성이 오간 직후 트루스소셜에 ‘도끼보다 메스’를 언급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머스크의 발언을 다소 제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루비오의 손을 들어줬다고 평가했다. 1기 당시 행정부 고위 인사 간 불화로 정치적 타격을 입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에게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기보다는 내부 갈등을 차단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미 정치 매체 더힐에 따르면 머스크와 루비오 장관의 충돌이 7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마러라고 자택에 두 사람을 초대해 중재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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