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경호처가 12·3 비상계엄 직후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수 없다”는 자체 검토 결과를 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된 뒤엔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공무집행방해가 될 수 있다”는 내부 보고도 있었다.
8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호처는 비상계엄 엿새 뒤인 지난해 12월9일 계엄 이후 발생할 문제나 쟁점을 사전 검토하기 위한 위기관리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TF에 합류한 경호처 기획관리실 소속 사무관 A 변호사가 법률 쟁점과 관련 보고를 만들고, 이를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 김성훈 전 차장에게 전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변호사는 비상계엄 이후 수사가 본격화하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체포영장 집행 자체는 막을 수 없다”는 취지의 보고를 박 전 처장과 김 전 차장에게 수 차례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3차례 소환통보에 불응했고, 공수처는 결국 12월30일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날 경호처 TF도 ‘법률적 문제’를 검토했다. A 변호사는 이때도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할 수는 없고 영장집행 담당자 등이 관저 구역 내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경호처 소속 공무원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했다.
경호처는 이 같은 검토 결과에도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서 박 전 처장 등에게 “공수처의 체포영장은 불법이므로 영장집행 공무원을 공관촌 안으로 들여보내면 안 된다”고 반복적으로 지시했고, 박 전 처장과 김 전 차장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경호처 간부들을 상대로 같은 취지의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저지 혐의를 수사하던 경찰은 경호처 직원 등을 상대로 이런 내용의 진술과 TF의 보고 내용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도 이 사건 내용을 모두 넘겨받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이런 행위가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인도피교사 등에 해당한다고 보고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법원은 9일 오후 2시15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다.
변세현·이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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