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시세 조작

2025-09-08

한동안 잠잠하던 집값 상승 뉴스가 언론을 타기 시작한 건 지난 2월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느닷없이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을 묶은 이른바 ‘잠삼대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하면서 집값이 꿈틀댔다. 금융당국이 전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으로 묶는 ‘6·27 대책’을 내놓으면서 급한 불은 꺼졌다. 소득만으로 집을 사려면 20년 이상 모아도 힘든 현실에서 은행 대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던 시장 상황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서울 선호지역 신고가 갱신 계약이 맺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계속 전해졌다. 어떤 강력한 대책도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려는 시장을 이길 수 없을 거란 분석이 늘었다. 물론 우리 경제 규모나 주거 수준을 감안하면 틀린 분석은 아니지만, 잠시 쉬어가도 될 타이밍에 이처럼 속출하는 최고가 거래는 미스터리였다.

어느 정도 의문을 풀어주는 실마리는 한국도시연구소의 실거래가 분석 결과에서 나왔다. 올해 상반기 계약 취소된 서울 아파트 거래 3건 중 1건(36.5%)은 계약 당시 역대 최고가 거래였다는 것이다. 예컨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전용 59㎡ 한 아파트는 지난 5월10일 22억70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는데, 한 달 반 뒤 6월25일 계약이 취소됐다. 그사이 실거래가는 26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최고가 거래’ 신고 후 해제 사례는 특히 서초구(66.1%), 강남구(52.8%), 용산구(49.4%)에서 많았다. 높은 가격으로 실거래 계약을 신고한 뒤 취소하는 방식으로 시세 상승을 부추기려 한 것으로 의심됐다.

정부가 이런 시세 조작 의심 거래에 ‘수사할 결심’을 했다. 9·7 부동산 대책에는 부동산 불법 거래 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을 신설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국토부·금융위·국세청 합동으로 집값 띄우기 행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에 나선다는 것이다. 가격 조작 행위는 시장의 신뢰성·효율성을 무너뜨릴 뿐 아니라 선량한 투자자의 피해를 유발하는 중대 범죄다. 선진국에서 이를 막는 강력한 조직을 두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고 한 적이 있다. 주식시장보다 거래 금액이 크고 민생과 직결된 부동산 시세 조작도 ‘패가망신’을 경고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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