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미국 제재를 우회하고 대만 TSMC의 AI(인공지능) 반도체 200만 개 이상을 확보했다고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CIS)가 밝혔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CSIS는 7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대만 당국자들을 인용해 "
TSMC가 200만개 이상의 어센드 910B 로직다이를 제조했는데 이 모든 것이 이제는 화웨이에 있다"며 "사실이라면 이는 (두 개의 어센드 910B 다이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결합한) 100만 개의 어센드 910C를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 2020년 화웨이가 TSMC 첨단 노드 제조 능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했으며 2022년 10월과 2023년 10월 수출 통제로 중국의 모든 첨단 노드 AI 반도체 설계자들에도 동일한 조치를 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TSMC가 제조한 대량의 화웨이 어센드 910B 칩은 화웨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미국 수출 통제를 위반한 채 중국으로 운송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는 화웨이가 확보된 것으로 파악된 200만 개의 AI 반도체가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비축량"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웨이가 지난해 8월 미국의 대중 첨단 HBM유입 통제 계획을 알게된 뒤 실제 조치가 시행된 그해 12월까지 대부분 삼성전자로부터 구매하는 형태 및 잠재적으로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최소 1년분의 HBM을 들여왔다는 업계 관계자의 언급을 전했다.
보고서는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았던 중국산 AI 모델 '딥시크'에 대해서는 미국의 2022~2023년 반도체 수출 통제에 결함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의견을 냈다.
보고서는 "공개된 증거는 없지만 업계 소식통들은 대규모 엔비디아 반도체 밀수가 2023년 10월 이전에 발생했다고 했으며 2024년 초까지 상당한 H100 칩 밀수가 진행 중이었다"고 했다.
이어 "딥시크가 미국 AI 모델들을 추출하고 폐쇄적 소스 알고리즘 혁신을 복제하는 데 성공한 것은 강력한 지식재산권 보호가 없는 AI 경쟁의 특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AI가 (원천 기술 개발에는 많은 비용이 소모되지만 타국의 기술 복제가 가능한 특징) 의약품과 구조적으로 유사해지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국 기업들은 인간 수준의 범용인공지능(AGI)과 인간 수준을 넘어서는 인공 초지능(ASI) 경쟁에서 여전히 중국에 앞서지만 차이는 크게 좁혀졌으며 극도로 공세적인 수출 통제를 하더라도 1∼2년 이상 앞설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중국의 성공은 정부 투자와 반도체 밀수, 미국 수출 통제 범위 허점 노리기, 장비 국내 이전, 선도적 국제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 채용, 해외 기술 역설계, 국가가 지원하는 경제 간첩, 국내 혁신 등이 결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미국이 인공 일반 지능 경쟁에서 승리하고 그 승리를 통해 더욱 견고한 전략적 우위를 만들 때로 수출 통제 시행의 부주의나 대규모 반도체 밀수를 관용할 여지가 사라졌다"며 "수출 통제 유효성은 반도체 밀수 금지 이행과 집행에 달려 있는 것인데 트럼프 행정부가 정부 자원 및 인력을 축소하거나 동맹국의 비협력을 야기한다면 큰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