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로는 소득·일자리 못 지킨다

2025-04-10

관세전쟁으로 표출되는 지금의 세계 정세는 대혼란이다. 이는 미국이라는 큰 개 한 마리가 세계 여러 나라를 양떼처럼 몰고 다니는 형국이다. 4월 초에 트럼프 정부가 60여개 나라에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했다가 일주일 뒤엔 돌연 중국을 제외하고 이를 90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짖는 소리에 놀라움과 두려움이 뒤범벅이 된 나라들이 우왕좌왕하다가 미국이 만들어놓은 우리 속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미국은 계속 ‘관세를 얻어맞지 않으려면 미국에 투자하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자기 입맛대로 세계를 길들이려는 의도다. 기존의 세계 질서와 규칙을 허물고 미국이 쥐락펴락하는 신제국의 질서를 만들겠다는 거다.

아비규환 같은 혼란 속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동맹론자들에게는 그래도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핵심 동맹인 우리를 봐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오랜 친구 얼굴에 설마 침을 뱉기야 하겠느냐며 미국과 협상만 잘하면 그럭저럭 위기를 모면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말이다. 그러나 사태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오랜 친구 사이라는 게 바로 함정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독일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군과 대규모 미군기지가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는 동맹의 이익을 존중하기는커녕 한국과 일본을 안보 무임승차국이라며 더 많은 양보를 하라고 호통친다. 우리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 중 가장 높은 25%의 관세를 얻어맞았고, 지난 2월 이시바 총리가 미국으로 달려가 트럼프에게 읍소한 일본은 24%의 관세를 얻어맞고 나선 “최대의 국난”이라고 탄식하고 있다.

이 사태를 수습하려면 미국에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조공으로 바쳐야 하며, 사업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알래스카 가스 개발에도 자금을 바쳐야 한다.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 트럼프는 언제든지 미군을 철수시키거나 한국과 일본에 대한 방위공약을 철회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안보 취약점을 이용해 제대로 돈을 뽑아내고 나면 트럼프는 유럽연합(EU)과 중남미, 동남아와 오세아니아로 그 성과를 확산시키려고 할 것이다. 즉 한국과 일본은 미국에는 최대의 ‘머니머신’이자 관세전쟁의 주요 표적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트럼프와 통화를 한 직후부터 우리 사회의 동맹론자들은 트럼프에 부응해 관세와 제조업 투자, 방위비 분담금을 포괄하는 일괄타결을 주장하는 모양이다. 만에 하나 임시직에 불과한 한 대행이 미국과 이런 일괄협상에 착수한다면 이는 ‘경제의 쿠데타’가 아닐 수 없다. 하긴 거침없이 헌법을 위반한 세력이 뭐든 못하겠는가. 미국에 부와 일자리를 약탈당하면서도 경제동맹으로 한·미관계를 포장하려는 한 대행의 월권은 윤석열의 동맹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상실한 구 집권 세력들은 미국의 핵우산을 보장받고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역할과 존재감을 부각시킬 것이다. 그것이 통상 전문가이자 영어를 아름답게 구사한다는 한덕수의 대선 출마 분위기를 띄우면서 6월 대선이 ‘해볼 만한 선거’라는 착각을 광범위하게 유포시킬 것이다. 트럼프가 한 대행에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거냐”고 물어보았다는 사실을 총리실이 공개한 것 자체가 이런 불순한 의도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이미 한국의 정치 상황을 꿰뚫어보고 한 대행을 자신이 몰고 갈 한 마리 양으로 인식하고 있다. 동맹주의자들은 자신들이 미국과 협상할 적임자라며 미국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면서 영어에 서툰 야당 대권 후보를 자격 미달로 폄훼하려 할 것이다. 그런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가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 전부터 이미 작동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이에 대응해 야권이 불필요하게 반미감정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미국의 통상·안보 압력과 중국의 또 다른 압력에 노출된 대한민국이 더 이상 강대국 정치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결기가 필요하다. 빛의 명예혁명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대한민국은 이제 더더욱 높아진 자존감과 더 강인해진 생존 의지로 이 난국을 돌파할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변종이자 연장이라 할 수 있는 지금의 한 대행 체제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더 견고하고 강한 민주주의 역량과 주권자의 힘이 요구된다. 아직도 주제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윤석열과 그 잔당들의 헛된 희망을 분쇄하고 국가의 중심을 다시 세워야 우리의 소득과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우리에게는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사회대개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겠다는 자기 선언이 나와야 한다. 그게 바로 참다운 내란 종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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