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한국을 ‘관세 우선협상 대상국’으로 지난 14일 지정했다. 미국에 8대 무역 적자국인 한국을 대상으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따라 기본관세 10%, 상호관세 15%를 부과하되, 상호관세는 90일 유예기간을 두고 협상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협상의 주요 대응 방향은 2024년 기준 약 557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의 축소다. 우리 정부로선 과거 트럼프 1기 정부 시절과 마찬가지로, 중동산 원유 및 천연가스 일부를 미국산으로 대체 수입하는 전략을 다시 쓸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가 전체 관점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으며, 수입 조건만 적절히 조율된다면 실행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은 이미 사우디산에 이어 미국산 원유 수입량이 두 번째로 많다. 2024년 기준 15.7%인 미국산 비중을 단기간에 추가 확대하는 것은 정유업계의 운송비 부담과 설비 개조비용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다. 또한 미국산 LNG 도입을 일부 확대하더라도 최근 논의되는 64조원 규모 알래스카 LNG 사업과 같은 대규모 투자는 한국가스공사가 도시가스 미수금 14조원을 떠안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사업성과 정책성이 모두 불확실해 추진이 쉽지 않다.
무엇보다 수출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원유·천연가스 수입업자에게 일방적인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 최선인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일본의 전략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지난 2월 7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방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의지를 밝히며, 원유·천연가스 외에 에탄올과 암모니아의 수입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에탄올은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연료의 혼합을 의무화한 ‘신재생연료 혼합의무제(RFS)’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략적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 하지만 전량 수입하는 암모니아는 다르다. 그간 연간 130만t 이상의 암모니아가 민간 기업을 통해 수입되어 화학소재·비료용으로 사용돼왔다. 여기에 더해 일정 비율 이상의 수소 발전을 의무화하는 ‘청정수소 발전의무화제도(CHPS)’에 따라 발전용 청정암모니아 수입이 202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2030년에는 전체 수입 규모가 약 5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청정암모니아라면, 대미 협상 카드 중 하나로 활용할 만하다. 특히 작년 CHPS 입찰 시장에서 낙찰되지 못하고 남은 물량부터 미국산 청정암모니아로 우선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발전 공기업·한국전력·정부가 고통 분담 차원에서 협력한다면 실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