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매년 고정적으로 들여오는 의무수입 쌀 물량을 상대국과의 재협상으로 감축·폐지할 경우 단기 손실을 상쇄하고 중장기적인 편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해영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15일 전종덕 진보당 의원(비례대표) 등이 주최한 ‘쌀 의무수입 이대로 좋은가?: 트럼프 2.0 시대 농업통상의 새로운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경제적 손익만 따져보면 쌀 의무수입 물량을 감축·철폐하는 재협상은 부정적 결과만 도출하지 않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한국이 추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결코 천문학적 수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재협상을 하면 손해’라는 태도로 일관하기보다는 지속가능한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으로 매년 40만8700t의 쌀을 수입하는 현행 체제를 유지하면 연간 약 8500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최적의 시나리오대로 협상이 이뤄지면 초기 비용은 다소 증가하더라도 5년 후부터는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TRQ 적용 쌀 수입을 ▲50% 감축 ▲75% 감축 ▲100% 철폐 세가지로 구분하고, 협상 전략을 ▲현금 보상 ▲대체 양허 방식 등으로 분류해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다.
재협상은 다자·양자 협상이라는 두가지 층위의 협상구조를 유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다자 협상에서는 한일 공조를 시도해볼 만하다”며 “다자 협상이 개시된다면 반드시 양자 협상과 연계해 실리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자 협상의 대상국으로는 주요 쌀 수출국인 미국·중국·베트남·태국·호주가 언급됐다.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맞춤형 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에는 기술 협력이나 제조업분야의 양허로 대응하고, 베트남·태국 등에는 공적개발원조(ODA)를 활용한 접근 방식이 제안됐다. 이 교수는 “현금은 협상 촉진제로, 대체 품목은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설정해야 한다”며 “다만 현재로선 미국의 농업수지가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가장 어려운 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선 수입 쌀의 유통구조가 불투명하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수입 쌀의 유통용도가 ‘가공용’으로만 표시되고, 유통처·사용량·공급가격 등 핵심 정보는 공개되지 않아 실제로 어디에,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는 깜깜이”라고 꼬집었다.
김소진 기자 sjkim@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