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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로봇과 인공지능(AI) 활용에 적극적인 집단 가운데 하나는 군이다.
중국 군사과학자가 군의 도시 시가전 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상 전투용 로봇에 열압력탄을 탑재하자는 섬뜩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학술지 ‘병기장비공학보’ 지난해 12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주저자 당천광은 복잡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얽힌 현대 도시는 GPS(위성항법장치) 교란과 전자파 간섭, 밀집된 건물로 인해 전통적 무기의 이점이 무력화된 “전쟁의 소용돌이”가 됐다며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로봇·무인기가 연계된 전술을 강조했다.
논문에는 무인기에 위장된 표적을 감시·정찰하는 레이더 시스템을 갖추게 해 전장의 눈이자 사령관 역할을 맡기고, 로봇이 열압력탄을 지하 벙커로 운반·설치해 지하를 일거에 쓸어버리도록 하자는 아이디어가 담겼다. 논문은 적병의 ‘부상수준’과 ‘소모율’을 계산해 최적화된 공격 전략을 도출했다고 SCMP는 전했다.
당천광은 산시성 시안에 있는 중국 국유 군수기업인 중국북방공업그룹 소속 연구자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윤리적 논쟁과 비판의 대상이 되는 무기를 로봇과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 논문이 처음이다.
열압력탄은 주변 산소를 이용해 고온의 폭발을 일으키는 무기이다. 진공폭탄이라고도 불리며 ‘악마의 무기’란 별명을 갖고 있다. 섭씨 2500도의 초고온 폭발을 일으켜 주변 산소를 일거에 소진해 작전 구역 내 생물의 폐를 망가뜨리고 질식하게 할 수 있다. ‘방사능 없는 핵폭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열압력탄은 2차 세계대전 기간 독일과 미국이 개발했다. 군사 강대국들은 핵 군축을 하는 동안에도 열압력 화기를 성능을 높여 왔다. BBC에 따르면 미국은 알카에다 조직원 은신처로 추정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러시아는 체첸전쟁에서 열압력탄을 사용한 적 있다. 우크라이나와 영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도 러시아군이 민간인 거주지역을 공격하며 열압력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인간형 로봇 산업에 국가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2023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4족보행 로봇개가 원반던지기 경기에서 원반을 운반하는 장면이 주목을 받았다. 중국중앙TV(CCTV)의 지난 춘절 특별공연 방송에서는 인간형 로봇이 춤추는 장면이 공개됐다.
중국은 로봇 기술은 국가적 자부심으로 내세우지만 ‘살인 로봇’에 대한 공포도 종종 감지된다. 지난 춘절 연휴 한 축제에서 로봇이 분리대를 넘어 관객을 향해 돌진하려는 듯한 동작을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보안 요원이 로봇을 제지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누리꾼들은 로봇이 시스템 오류로 관중을 공격하려 한 것인지, 단순히 발이 걸려 넘어질 뻔한 것인지를 두고 토론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어두운 도시를 배경으로 기관총을 장착한 로봇개가 노래를 부르며 사람을 쏘고 다니는 AI 합성 영상이 돈 적도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기관총을 장착한 로봇개 훈련영상을 공개한 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