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결정 철회에도…“임시 주총과 정기 주총서 절대로 지지 않을 것”
“신랄하고 엄중한 주주들의 의견 청취하면서 희망과 자신감 얻게 돼”
최윤범 회장 “빠른 시일 내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날 것”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유상증자 추진 관련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이면서도 경영권 분쟁 승리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려아연은 유증을 철회한 상황에서 추가 지분을 획득한 MBK파트너스·영풍이 더욱 유리한 입지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은 기타 주주들이 경영권 승패를 결정 지을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을 지지할 것으로 봤다.
최 회장은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풍과 MBK를 제외한 고려아연 주식을 가진 분들의 신뢰를 다시 한 번 되찾을 수 있다면 다가오고 있는 임시 주총과 정기 주총에서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고 밝혔다.
이날 고려아연은 일반공모 유상증자 철회도 전격 발표했다. 여기에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은 고려아연 지분 1.36%를 추가 취득하며 고려아연 측의 지분은 더욱 열세해졌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이르면 연내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 대결로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최 회장은 MBK·영풍 외 기타 주주들이 고려아연을 지지하며 앞으로 열릴 주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예상했다. 최 회장은 “만약 유증 철회를 통해 필패가 예상됐다면 무리가 되더라도 추진해볼 생각이었을 것”이라며 “유증 발표 후 여러분들과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그분들의 신랄한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지지의 말씀도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또한 MBK와 영풍 연합의 추가 지분 획득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지난 2주간의 시간 동안 여러 기관 투자자들, 소액주주들 등의 의견을 경청하고 다시 한번 깨달은 것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주주분께서 당사의 미래를 걱정하시고 진심으로 위하신다는 사실”이라며 “신랄하고 엄중한 주주분들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오히려 희망과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다가올 임시 주총 또는 정기 주총에서 당사의 운명을 결정해주실 분은 저도, 소위 말하는 회사의 우호 세력도 아니며, 영풍, MBK는 더더구나 아니다”라며 “고려아연의 운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시는 분, 캐스팅보트는 고려아연을 믿고 사랑하시는 수많은 주주”라고 언급했다.
이어 “저와 당사는 다시 한번 이 사명을 가슴속에 새기고, 앞으로는 이를 절대로 잊지 않으며 시장의 목소리에 더더욱 귀 기울이고 우리 주주님들을 섬기면서 나아가고자 한다”고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은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할 방침이다.
우선 최 회장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고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진행해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며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에 이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사회의 다양성과 주주 소통 강화를 위한 방안도 추진하고 시장과 주주의 의견을 이사회와 경영진에 전달하는 IR전담 사외이사를 두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국민기업’ 명분을 내세우며 유증을 결정한 바 있다. 조달 금액은 2조5000억원으로, 이중 2조30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활용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자사주 소각을 하겠다면서 이와 상반된 성격의 유증을 발표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개인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회사가 빌린 돈을 주주가 갚는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감독원까지 나서 고려아연의 유증 증권신고서에서 추진 경위, 결정 과정 등 기재가 미흡하다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사실상 고려아연의 유증 추진에 제동을 건 셈이다.
고려아연은 “일반공모 유증 공시 이후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한 주주분들과 기관투자자, 시장의 우려 등 제반 사정 변경이 발생했고 일반공모 관련 신고서에 대한 정정요구도 있었다”며 “시장과 주주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증권신고서 정정과 철회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신중하게 재검토한 끝에 철회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