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봐도 광고사진이다. 더없이 맑은 하늘, 코발트 빛 바다 위에 보트가 넘실거린다. 마중 나온 이집트인 종업원이 샴페인에 멋진 미소까지 덤으로 선사한다. 언젠가 나도 한 번쯤은 가볼 수 있으려나. 통장 잔고와 별개로 마음이 달뜬다. 두바이 도심에서 보트나 호화요트를 타고 30분을 더 달려야 만나게 되는 이곳은 사실 바다에 3층 높이로 지어진 수상가옥, 이름하여 ‘해마 빌라(Floating Seahorse Villa)’다. 수면 아래에 침실이 있다.
‘해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포함된 멸종 위기종이다. 이곳의 이름이 해마인 것은 집 밑에 해마를 보호할 인공 산호초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발상이 기발하다. 당시 사진가가 수중 침실에서 본 바다 밑 풍경은 뿌옇고 오염된 상태였지만 말이다. 파괴적인 해양 개발의 실상을 비현실적 아름다움으로 담아낸 이는 벨기에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닉 하네스다. 그는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생태 환경을 파괴하며 지어진 사막 위의 인공도시와 인공섬, 에너지 낭비, 과소비에 따르는 심각한 쓰레기 문제를 ‘환희의 정원(Garden of Delight)’ 시리즈에 담았다. 황홀하고 매력적인 ‘신기루’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환희의 정원은 우리를 기면 상태로 이끌어 저항력을 잃게 한다.
닉 하네스의 카메라는 그 어떤 비판을 위해서도 부당하게 피사체를 이용하지도 않는다. 아름다운 앵글 뒤 환경에 대한 무지의 증거를 드러낼 뿐이다.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이제는 자본주의를 인간과 나머지 지구 생명망의 관계를 엮는 방식으로도 바라봐야 한다는 제이슨 무어가 떠오른다. 더 크고, 더 환상적이고, 더 고급스럽게. 지금도 전 세계에서는 끝없는 만족을 위해 거대하고 매끄럽게 자본이 흐른다. 인간의 창의력이 무궁무진한 것처럼, 자본 역시 마르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새로운 대량 멸종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경고나 급발진하는 기후 위기는 매력적인 신기루에 외면당하고 있다. 지금 해마 빌라에 해마도 살고 있길 바란다.
석재현 사진기획자·아트스페이스 루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