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규제 샌드박스 1호’ 차지인, 회생 신청…6년 만에 무너졌다

2025-11-20

전국 아파트·상가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운영해온 업체 차지인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1호 혁신 기업’으로 선정됐던 회사가 충전 시장 변화 속도를 버티지 못하고 불과 6년 만에 회생법원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첨단산업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스케일업(규모 확대)에 실패하며 무너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제14부는 13일 차지인에 대해 포괄적금지명령을 내렸다. 이는 회생절차가 정식으로 개시될 때까지 모든 채권자가 강제집행이나 가압류 등을 할 수 없도록 막는 조치다.

차지인은 아파트·상가 주차장에 설치하는 완속 전기차 충전기와 이를 운영·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 충전사업자다. 정부가 2019년부터 공동주택 충전 시설 확산을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던 정책 흐름 속에서 충전기 설치를 늘리며 사업을 확장해왔다.

차지인은 같은 해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 샌드박스에서 전기차 충전을 일반 콘센트처럼 손쉽게 설치, 요금 정산까지 가능하도록 만든 ‘과금형 콘센트’ 기술로 임시 허가 1호를 부여받은 기업이다. 또 중소벤처기업부가 제주도를 ‘전기차 충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해 운영한 실증 사업에 참여해 충전기 설치·운영 규제를 시험적으로 완화해 적용하는 현장 실증을 수행했다. 정부의 혁신·실증 프로그램에 연달아 참여한 만큼 당시에는 업계에서 대표적인 전기차 충전 혁신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둔화되고 이용자들이 더 빠른 급속충전기로 이동하면서 아파트·상가에 설치된 완속충전기의 사용률이 떨어졌다. 대기업 중심의 대형 급속충전소가 늘어나면서 완속 중심 중소 충전사업자들은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첫 혁신 모델로 꼽았던 회사까지 회생을 신청했다는 건 전기차 충전 시장의 재편이 시작됐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법원은 이르면 이번 주 심문 기일을 열어 회생 개시 타당성을 심리한 뒤 제출된 재무·운영 자료를 검토해 다음 주 중 회생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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