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집행 지연 안돼, 2월14일 죽여달라" 美사형수 읍소 왜

2025-01-29

“사형 집행이 지연돼선 안됩니다”

놀랍게도 미국 애리조나주(州) 대법원에 제출된 한 사형수의 탄원서 내용 중 일부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탄원서의 주인공은 사형수 아론 브라이언 건치스(54)다. 그는 지난 2002년 당시 여자친구의 전 남편을 납치하고 살해해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2008년 사형 선고를 받은 그가 지난해 연말 자필로 적은 이런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건치스는 탄원서에서 “이미 오래 전에 집행됐어야 했다”며 오는 2월 14일에 자신의 사형을 집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주(州)정부가 법적 절차를 핑계로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판하며 “법률이 지켜지고 정의가 실현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그는 과거에도 자신의 사형 집행을 빠르게 진행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건치스의 요청에도 애리조나주 검찰은 "사형 집행 절차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크리스 메이스 검찰총장 측은 “사형에 사용될 약물 펜토바르비탈(pentobarbital)의 시험을 비롯해 교정 시설이 필요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첫 사형 집행도 지연…주지사 “준비 부족”

당초 건치스의 사형은 2023년 4월에 집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시 케이티 홉스 주지사가 '준비 부족'을 이유로 보류하면서 집행은 2년간 지연되고 있다. 주지사는 “사형 집행이 법률을 위반하지 않고 진행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며 자체 ‘검토 위원회’를 꾸린 뒤 주의 독극물 주사 처형 정책과 기타 사형집행에 관한 규약 등을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2022년 집행된 다른 3건의 사형에서 사형수에게 독극물을 투입할 정맥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등 형 집행에 차질이 빚어졌던 것을 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 일로 이후 현재까지 애리조나주에선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홉스 주지사의 검토 위원회가 구성된 지 7개월만인 2023년 11월 해산하면서, 건치스의 사형 집행에 대한 요청은 다시 거세졌다. 당시 “헌법적인 권리인 정의와 종결을 준수하는 데 실패했다”며 홉스 주지사의 보류 결정을 비판한 건치스 사건의 피해자 가족도 조속한 집행을 요구했다.

반면 섣부른 사형 집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코리나 레인 리치먼드대 법학 교수느 "제3자가 사건에 전문적 조언을 줄 수 있는 미국 법 제도 ‘법정 조언자’를 활용해 “주의 사형 절차는 고문과 같은 죽음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건치스의 조기 처형을 반대하는 의견을 법원에 전달했다.

WP는 “건치스가 사형수 중 자신의 처형을 요청한 유일한 사람은 아니다”고 전했다. 다만 그런 사람 중 상당수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은 사람들"이었고 했다. 미 사형정보센터 연구에 따르면 1977년 이후 사형수의 요청으로 처형된 165명 중 87%는 정신질환이나 약물 남용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법원 기록에 따르면 건치스는 재판을 받을 능력이 있으며 변호인 권리를 포기할 능력이 있다는 판단을 받았다.

'사형 찬성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부가 시작되면서 건치스에 대한 사형 가능성도 높아졌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인 지난 20일 사형에 대한 광범위한 집행 명령에 서명했다. 또 팸 본디 법무부 장관에게 각 주에서 사형을 집행하기에 충분한 치사량의 주사 약물을 확보하도록 필요한 합법적인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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