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이 다음 달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두 차례 직접 나와 비상계엄 선포에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형사 재판에서도 이런 점을 내세우며 혐의를 적극 부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설 연휴 뒤 윤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을 배당해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26일 비상계엄 선포 54일 만에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 1심 형사 재판은 다음 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형사 재판에서도 탄핵심판과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이 동반됐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형법 88조에 따르면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내란죄로 처벌된다.
검찰은 앞서 내란 주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공소장에서 윤 대통령이 국헌문란의 목적을 갖고 무장 군인 1605명, 경찰 3790명 등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장악하고 위헌적인 포고령에 따라 국회의원 등을 영장 없이 체포하려 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앞서 탄핵심판에서의 변론 논리를 형사재판에서도 활용해 혐의를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3·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지 않았고 포고령도 실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비상계엄 선포에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었다고 변론했다.
특히 이와 관련해 검찰이 확보한 군 사령관들의 진술과 윤 대통령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검찰 수사기록이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장관 등의 공소장을 보면 윤 대통령은 계엄 당시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등에게 전화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윤 대통령은 지난 두 차례 변론 기일에서 이런 점을 전면 부인했다.
윤 대통령이 포고령을 어떤 의도로 승인했는지,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관련 문건을 직접 전달했는지 등도 윤 대통령의 유·무죄를 가르는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단지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고 위헌·위법 요소가 다분한 포고령 역시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계엄 상황에서 비상입법기구를 꾸리려 했다는 점이 인정되면 이런 윤 대통령의 주장은 힘을 잃기 때문이다.
계엄 당시 정치인·법조인 등 주요 인사 체포조를 운용했는지도 검찰과 윤 대통령 측 주장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 등 공소장에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계엄 당시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한 합동체포조를 편성해 가동하려 했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탄핵심판에서 이런 점도 부인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3일 열린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체포 지시가 아니고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는 대상자들 불러주면서 그 인원들의 동정을 살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