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메넨데스 전 상원의원(71·뉴저지·민주)이 뇌물수수혐의 등으로 11년형을 선고받았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메넨데스 전 의원은 사업가 3명과 이집트 정부 등을 돕는 대가로 현금·메르세데스 벤츠 차량·금괴 등을 받은 혐의로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11년형을 선고받았다. 미 상원의원이 지위를 남용한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상원의원이 공직에 있는 동안 외국 정보기관 요원으로 일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도 최초다.
시드니 스타인 뉴욕 남부지방법원 판사는 이날 "대중들은 뇌물을 받아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23년 메넨데스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이집트 정부의 무기 거래를 돕는 대신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2018년~2022년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그는 뇌물을 받는 대가로 자신에게 뇌물을 준 사업가와 이집트 정부의 계약을 돕기 위해 이집트 측에 카이로 주재 미 대사관의 직원 수 등 비공개 정보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7월 메넨데스는 이집트 관리들과 면담한 뒤, 아내 나딘에게 "수백만 달러 규모의 대(對)이집트 무기 판매에 서명할 것이니 (이집트계 사업가) 와엘 하나에게 알려라"는 문자도 보냈다. 미 국무부는 이집트 인권 문제를 이유로 군사 지원을 보류해 왔기 때문에 이집트 정부는 이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 밖에 메넨데스는 카타르 왕실과 미국 사업가를 연결해준 대가로 금괴·현금 등을 챙긴 혐의도 받았다.
메넨데스의 집을 수색하던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은 15만 달러(약 2억1600만원) 상당의 금괴와 48만 달러(약 6억9000만원)의 현금이 든 봉투를 발견했다. 메넨데스는 재판 과정에서 "대가성 있는 뇌물이 아니라 우정의 표시"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현금에 대해서는 "은행에 돈 맡기는 게 불안해서 현금으로 보관하는 '쿠바인의 습관'이다"는 주장도 펼쳤다. AP통신에 따르면 뇌물로 받은 금괴 때문에 메넨데스는 '골드바 밥(로버트의 애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불리게 됐다고 전했다.
CNN은 "이번 판결은 쿠바 이민자 출신으로 시작해 상원 외교 위원장이 된 한 의원의 극적인 몰락을 뜻한다"고 전했다.
메넨데스는 기소 후 의원직을 그만뒀다. 그의 사임 후 열린 지난해 11월 상원의원 선거에서 앤디 김이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앤디 김 의원은 AP통신에 "이번 판결은 직함·권력에 상관없이 누구도 법 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상기시켜줬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사례가 뉴저지 공무원이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는 마지막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필 머피 뉴저지주 주지사는 CNN에 "메넨데스의 과거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중의 이익보다 자기 이익을 우선시한 인물로 기억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메넨데스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 예정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같이 기소된 아내 나딘은 유방암 치료를 받고 있어 별도 재판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