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혈보조제·국소마취제, 최대 364배 비싼 '비급여' 쓴다…"환자 비용 전가" 비판

2025-07-22

치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인 지혈보조제·국소마취제가 건강보험 적용 가격보다 최대 수십~수백 배 비싼 비급여 제품 중심으로 쓰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효과 차이가 크지 않은데도 '과잉의료' 행태가 만연하면서 환자에게 추가 비용을 전가한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바르거나 대는(외용) 지혈보조제·국소마취제 가격 실태 자료를 공개했다. 지혈보조제는 말 그대로 지혈을 돕는 의약품으로, 거즈·솜 등 다양한 형태다. 국소마취제는 요도 내 수술, 내시경 검사 등에 활용되는 마취용 의약품이다. 이들 제품은 시술·처치 등에 꼭 필요한 의약품으로 꼽힌다. 의료계 관계자는 "1~3차 의료기관에서 두루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두 의약품에서 같은 성분과 효능을 지닌 건보 급여·비급여 제품이 혼재돼 쓰인다는 점이다. 특히 규격·유형만 살짝 다른데도 건보에 등재하지 않고 비싸고 제약이 덜한 비급여로 공급하는 경우가 많다.

지혈보조제는 급여 제품이 9개인데, 비급여 품목은 24개다. 국소마취제도 비급여 제품(8개)이 급여(3개)보다 많다. 특히 한 지혈보조제는 급여 등재가 됐는데도 취하하고, 제약사가 일부러 비급여로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도 취하 전 8324원에서 12만6410원(평균값)으로 15배 넘게 확 뛰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제약사 등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의 건보 등재를 회피하고, 의료기관은 급여 대신 고가 비급여로 환자에게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실련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급여 진료비 정보 등을 분석한 결과, 비급여 제품 가격은 천차만별인 가운데 건보 적용 제품보다 훨씬 비싼 편이었다. 지혈보조제의 비급여 가격은 급여 추정가의 3.9~364.2배에 달했다. 비급여인 A제품의 평균가가 50만1814원으로 급여 추정가(1378원)를 훌쩍 뛰어넘는 식이다. 급여 추정가는 급여 제품의 상한가를 단위면적당 가격으로 환산해 비급여 제품 규격에 맞춰 산출한 값이다.

국소마취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소마취제를 많이 사용하는 상급종합병원 기준 비급여 가격은 급여 추정가(489원)의 13.4~31.1배였다. 특히 비급여 B제품의 평균가는 1만5199원으로 차이가 컸다.

한 병원 소속 의사는 "실제 현장에선 비급여 제품 위주로 사용한다. 급여보다 비싼 건 알지만, 치료 효과나 환자 선호 등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쓰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가격이 수십, 수백 배 벌어질 만큼 치료 효능엔 큰 차이가 없다"면서 "비급여라는 건 결국 비용 대비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인데, 의사가 유도하면 환자가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처럼 비급여 시장이 관리 사각에 놓이면서 건보 보장성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또한 비급여 진료에 따른 비용은 환자 부담으로 더해진다. 일부 의료기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환자의 '의료 쇼핑'이 맞물리면 건보뿐 아니라 선량한 실손보험 가입자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익명을 요청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지혈보조제 등의 비급여 청구를 다 걸러내기 쉽지 않다. 금액이 과한 측면이 있더라도 환자 치료용으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한다"면서 "과잉 청구가 계속되면 보험료 인상 등 다른 가입자가 손해를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3월 비급여 관리 강화를 담은 의료개혁안을 내놨지만 갈 길은 멀다. 경실련은 "지혈보조제·국소마취제처럼 건보 급여 대상으로 지정됐지만, 비급여로 쓰이는 의약품 실태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면서 "의료기관이 건보 급여를 청구할 때 비급여 진료도 함께 보고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