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물과 같이

2026-01-05

새해의 첫 책으로 『도덕경』을 펼쳤다. 웬 뜬금없는 노자인가 하면, 켄 리우가 『도덕경』의 번역판을 냈기 때문이다. 그 켄 리우가 맞다. 휴고상과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수상한 이 시대 최고의 SF 소설가 중 한 명. 그는 중국 작가 류츠신의 SF 소설 『삼체』를 영어로 번역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아득한 과거로 돌아가 노자를 번역해온 것이다.

2026년에 『도덕경』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켄 리우는 『도덕경』을 펼치게 된 배경으로 코로나 팬데믹을 든다. 팬데믹 시기 미국을 들끓게 했던 증오의 목소리와 폭력적인 분위기 한가운데서 중국계 미국인으로서 느꼈을 혼란과 절망을 우리는 어렴풋이나마 상상할 수 있다. “더이상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기란 불가능”했을 때 『도덕경』이 찾아왔다. 그리고 대화가 시작됐다. 이 책은 그 대화의 기록이다. 켄 리우는 원문을 일일이 해설하는 대신 해당 구절과 관련된 장자의 우화를 싣거나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켄 리우는 『도덕경』에서 위안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도덕경』은 소비할 것을 내놓지도, 새로운 욕망을 발생시키지도 않습니다. 모두가 신제품을 사라고 꼬드기고, 또 다른 서비스를 구독하라고 권하고, 어떤 운동에 참여하라고 압박하는 세상에서 노자는 아무것도 팔 생각이 없습니다.” 당장 이것을 사야만 날씬해질 거라고, 성장할 거라고, 똑똑하고 부자가 될 거라고 와글와글 떠드는 세상에서 『도덕경』은 고요한 물이 되라고 말한다. 그 혼란스러웠을 춘추전국시대의 가르침인데도 그렇다.

새해를 맞이하며 노자와, 또 켄 리우와 격렬한 대화를 나눈다. 거기에는 반박과 논쟁도 있다. 하지만 우리 셋은 최소한 이것에 동의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을 열었다가 하나 걸러 하나 만나는 광고들에 질려버릴 때, 핸드폰을 내려놓고 맞이하는 고요함이 진실한 삶의 출발점이라는 것.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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