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연소 미쉐린 3스타 셰프,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속 냉철한 심사위원, 안성재 셰프의 이름 앞에는 늘 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그를 가장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은 바로 레스토랑 모수의 리더라는 사실이다. 모수는 그동안 한국 레스토랑 업계에 새로운 기준을 세우며 혁신을 이끌어왔다. 특히, 지난해 1월 31일, 기약 없는 휴업과 함께 미쉐린 3스타를 내려놓은 결정은 큰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쉼표가 아닌, 더 큰 도약을 위한 과정이었다. 그리고 416일의 공백을 끝내고 마침내 모수가 돌아왔다. 지난 15일, 안성재 셰프를 만나 새로운 출발점에 선 모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시 문을 연 모수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크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수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이 되었고,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들이 하나의 기준이 되어 많은 셰프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마치 돋보기 아래 놓인 듯한 부담감도 있지만, 그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바보처럼 미쉐린 3스타를 포기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별을 버린 것이 아니다. 모수의 진화를 위한 선택이었다. 변화와 성장을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며,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믿는다.
새로운 모수는 이전과 어떤 점에서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셰프로서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컸지만, 우선순위를 달리 두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메뉴는 현재 모수가 완전히 자리 잡은 후 천천히 선보일 계획이다. 대신, 음식의 기본 스타일은 유지하면서도, 고객이 더 나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요소를 업그레이드했다.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 음식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할 그릇, 그리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조경까지,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고객이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이전 운영 경험에서 배운 점이 이번 모수에 어떻게 반영됐나.
이번에는 고객의 시선이 아닌 운영자의 관점에서 깊이 고민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고,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모수는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이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성장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팀원들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고,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리더로서의 나의 가장 큰 책임이다.
조민석 건축가와의 협업이 화제가 되었다. 어떤 점을 구현하고 싶었나.

조민석 건축가와의 인연은 우연히 시작되었지만, 그가 이전에 레스토랑을 디자인해본 적이 없다는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익숙한 방식보다는 새로운 접근을 원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순히 멋진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가장 편안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동시에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으로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설계를 고민했다. 디자인적 이상과 현실적 요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공간을 완성했다. 방문하는 고객들이 직접 경험하며 그 가치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모수를 이끌어가는 리더로서의 고민과 무게감이 클 것 같다.
모수의 직원들은 이곳에서 성장을 원하며, 나 역시 그들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싶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곳이 행복을 찾기 위해 오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행복은 스스로 노력하고 성취했을 때 얻어지는 것이다. 어쩌면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직원들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리더가 되고 싶다. 그것이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에게는 성장의 기회를 주고 싶다면, 고객에게는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싶나.
레스토랑의 본질은 결국 ‘맛있는 식사를 편안하게 경험하는 것’에 있다. 우리는 그 기본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그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 예전에 한 고객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가족과 모수에서 식사했던 순간이 가장 행복한 기억이었다고 전해주신 적이 있다. 결국, 음식은 단순한 한 끼를 넘어, 사람들에게 깊은 추억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 모수는 고객들에게 그런 기억을 선물하는 공간이 되고 싶다.
모수의 음식은 어떤 스타일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모수는 그 자체로 모수다. 7년 전 한국에 모수가 처음 진출했을 때나 지금이나 모수만의 독창성을 갖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우리는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재료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을 기울여 음식을 만든다. 그 이상의 화려한 수식어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레스토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다. 맛이 없다면 다른 모든 요소는 의미를 잃는다. 우리는 고객들의 높은 기대치를 잘 알고 있으며, 그 기대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미쉐린 3스타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나.
누군가에게 미쉐린 3스타가 궁극적인 목표일 수도 있고, 내가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표일 수도 있다. 나 역시 미쉐린 3스타를 받았던 그 순간 팀원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고, 그 당시 기쁨을 잊지 못한다. 하지만 추억팔이를 할 시간은 없다. 솔직히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별을 다시 받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모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과 팀원들, 그리고 나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한 번쯤 3스타를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배부른 소리 같지만. 나는 이미 한 번 3스타를 받아본 경험이 있기에, 그것이 목표가 아니라는 걸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사랑하는 이 일을 오래도록 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이다.
김성현 푸드칼럼니스트 cook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