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 다른 삼성증권 '슈퍼리치' 자산 관리... 경쟁 심화에도 자신감

2025-03-31

2005년 최초로 '자산관리' 전담 브랜드 선봬

자산가 서비스 브랜드 'SNI' 2010년 도입

자산관리 업력만 20년... 데이터 다량 축적

고객 자산 조건 타 증권사比 높아... '차별화'

자본연 "기준 세분화 필요... 운영비 줄여야"

"가성비보다 가심비... 수요 맞는 컨설팅 중요"

국내 증권사의 새 먹거리로 '자산관리'가 부상 중이다. 대형 증권사부터 중소형 증권사까지 고액 자산가를 겨냥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출시하며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남다른 자신감을 가진 곳이 있다. 바로 삼성증권이다.

현재 국내에서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를 제공 중인 증권사는 총 8곳이다. 그 중 삼성증권은 2005년 업계 최초로 자산관리 전담 브랜드를 내놓은 증권사다. 또, 타 증권사 대비 삼성증권의 패밀리 오피스 고객 자산 규모는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증권사 간 자산관리가 새 경쟁 키워드로 대두된 지금, 20년의 업력을 지닌 삼성증권이 내보일 차별화된 모습에 관심을 쏟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과 현대차증권은 본격적으로 초고액자산가(UHNW, Ultra High Net Worth) 고객을 대상으로 한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말 리테일본부를 부문으로 격상하고 산하에 프라이빗투자은행(PIB) 센터를 만들었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는 "패밀리 오피스 조직을 신설해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기업금융, 트레이딩 부문에서 쌓아 온 역량에 기반한, 타사와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하겠다"고 언급하며 해당 분야 진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 역시 지난 27일 진행된 현대차증권 주주총회에서 "VIP 고객 관리를 위한 패밀리 오피스 출범 등 리테일 부문을 강화해 사업 체질 개선을 도모할 것"이라고 전했다.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는 부유층 가문 전체의 자산을 관리하면서도 부동산, 세무, 법률, 상속, 기업 승계 등 비재무적 요소까지 제공하는 맞춤형 종합 자문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기존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제공됐다. 그러나 국내 자산가 수가 증가하고, 이들의 초개인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증권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게 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 자산가 수는 2020년 35만 4000명에서 ▲2021년 39만 3000명 ▲2022년 42만 4000명 ▲2023년 45만 6000명 ▲2024년 46만 1000명 등으로 지속 증가했다.

그중 금융자산이 300억원 이상인 '초고액자산가'는 2023년 8600명에서 1500명 증가한 1만 100명을 기록했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총 1267조원으로, 한국 전체 가계의 총금융자산(4822조원)의 26.3%에 해당한다.

증권업계 내 최초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들인 곳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2005년 자산관리 브랜드 '아너스 클럽(Honors Club)'을 선보였다. 이후 2009년 새로운 자산관리 브랜드 POP(Platform Of Private banking service)도 출시했다.

아너스 클럽과 POP까지만 해도 자산가만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아니었다. 당시 두 서비스는 그간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로만 여겨졌었던 맞춤형 자산관리를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만든 브랜드로, 은행PB점이 독점해 온 자산관리 서비스를 증권사로 끌고 왔다는 것에 의미가 컸다.

이후 삼성증권은 2010년 초고액자산가 전담 브랜드 'SNI(Success & Investment)'를 출시하며 시장을 주도해 왔다. 2020년에는 자산 1000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SNI 패밀리 오피스를, 2022년에는 뉴리치 전담 센터인 'The SNI 센터'를 각각 오픈했다. 지난해 초에는 패밀리 오피스 센터를 오픈해 전통 부유층부터 신흥 부유층, 패밀리 오피스 고객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자산관리 조직까지 편성했다.

20년간 '자산관리' 업력을 쌓아 온 만큼, 삼성증권의 패밀리 오피스 고객은 그 조건이 더 높다. SNI 패밀리 오피스 고객은 투자 가능 자산이 1000억원 이상이어야 하고, 삼성증권에 예치하고 있는 금액이 3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타 증권사의 고객 조건을 살펴보면 ▲NH투자증권(프리미어블루) 예탁 자산 100억원 이상 ▲한국투자증권(GWM)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 ▲신한투자증권(신한PWM)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 ▲KB증권(석세스 앤 석세션) 당사 예치금 300억원 이상 등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패밀리 오피스에는 지난해 기준 100개 가문이 가입돼 있다. 가문당 평균 자산은 지난해 기준 3000억원,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 총자산은 30조원 수준이다.

규모가 상당하지만, 전문가는 국내 증권사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에 일정 부분 과제가 남아 있다고 평가한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사의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는 비교적 최근 시작된 사업으로,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며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자산관리 솔루션 제공을 위해 고객 모집 확대에 주력하는 것이 아닌, 더욱 정교한 세분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비스 운영을 위한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증권사는 패밀리 오피스 고객에게 각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며 "그러나 서비스 운영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고, 국내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은 고객 투자에 따른 거래, 중개 수수료에 집중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수익 구조는 자문 보수, 일부 서비스에 대한 시간당 비용 등에 대한 비용을 고객에게 청구하는 글로벌 금융사와 비교했을 때 차이가 크다"며 "지속 가능한 사업을 위해서는 고객과 증권사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수수료 체계와 문화가 정착돼야 하며, 이는 보다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서비스인 만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패밀리 오피스 운영 증권사 관계자는 "어느 기업이든 비용이 덜 드는 방법은 바라는 방향이지만, 패밀리 오피스 등과 같은 고액 자산가 대상 사업은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가 중요하다"며 "비용이 얼마나 덜 드는지보다는 고객이 얼마나 만족할 수 있는지가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점으로 "고객 수요를 확인하고 수요에 맞는 컨설팅을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패밀리 오피스는 고객과의 관계 형성, 수요 파악을 통해 다양한 연계 사업이 파생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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