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푸드빌이 그룹 내 아픈 손가락에서 '알짜' 계열사로 거듭났다. 한때 CJ푸드빌은 국내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오랜 적자에 허덕이며 투섬플레이스 등 주요 사업을 매물로 놓기도 했다. 또한 푸드빌 자체가 매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찬호 대표가 국내 사업 고급화 및 해외 사업 확장 전략을 펼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현재는 매출 1조를 목전에 두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푸드빌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9092억원과 영업이익 55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7.6%, 22.7% 증가한 액수다. CJ푸드빌은 지난 2021년 영업이익 41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한 이후 4년 연속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실적 성장의 주역은 뚜레쥬르의 해외 사업이다. 지난해 CJ푸드빌의 해외법인 매출은 2115억원과 영업이익 38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165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미국법인 이익은 146억원에서 364억원으로 오르며 해외 실적 전체를 이끌었다.
앞서 CJ푸드빌은 지난 2015년 이후 약 6년간 적자의 늪에 빠져있었다. 코로나 당시인 2020년에는 역대 최대 영업손실 490억원을 기록하고, 그룹 차원에서 매각을 고려할 정도였다. 실제 2019년 카페전문점 투썸플레이스를 사모펀드에 매각하고 뚜레쥬르 매각도 추진한 바 있다.
CJ푸드빌을 구원한 건 2020년 12월 수장에 오른 김찬호 대표이사다. 김 대표는 국내에선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 중심의 고급화, 해외에선 법인 효율화와 현지화로 사업을 재편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 등은 정리하고 핵심 사업만 살리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나선 셈이다.
뚜레쥬르는 지난 2004년 미국 시장에 진출, 이후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매장을 내며 해외 사업 영억을 넓혔다. 그러나 외형 키우기에 집중하면서 적자를 면치 못 했다. 당시 CJ푸드빌은 진출 국가를 12개국에서 6개국으로 축소하기도 했다.
최근들어서는 다시 확장하는 모습이다. 현재 9해외에 진출한 상태다. 해외 뚜레쥬르 매장만 지난 2월 기준 약 560여개에 이른다. 이중 미국 매장은 154개다. 뚜레쥬르는 올해 미국에서만 매장 80개 이상을 열고 오는 2030년까지 가맹점 1000개점을 연다는 목표다. 미국은 국내보다 판매가가 약 2배 높아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CJ푸드빌은 올해 말 미국 조지아 주에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미국 생산법인 'TLJ AMERICA LLC(TLJ아메리카)'를 설립했다. TLJ아메리카는 제품 생산 관리를, 기존 법인(CJ Foodville USA, Tous Les Jours International Corp)은 가맹점 사업 및 판매를 담당한다.
CJ푸드빌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기 전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 및 투자를 추진해 관세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CJ그룹의 물류 계열사 CJ대한통운은 조지아주를 포함해 캘리포니아주, 일리노이주 등 총 15개 주에 60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이르는 물류망을 확보하고 있어 현지 가맹사업 확장에 유리한 여건도 갖췄다.
국내에선 고급화 전략이 핵심이다. 뚜레쥬르는 지난해 브랜드 정체성(BI)를 변경하고 프리미엄 베이커리 카페로 도약, 빕스는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프리미엄 전략으로 재단장했다.
특히 빕스의 매장 수는 2019년 41개에서 2023년 28개로 줄었다가 수도권 및 지역 거점 중심 출점 전략을 펼치면서 현재 32개가 됐다. 전부 직영점으로 운영 중이다. CJ푸드빌에 따르면 빕스는 지난해 평균 점당 매출이 전년보다 약 35% 증가하며 외식 사업 매출을 견인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빕스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과 차별화 매장 콘셉트, 고품질의 메뉴와 서비스를 통한 질적 성장이 요인"이라며 "고급 인테리어뿐 아니라 계절마다 새로운 콘셉트의 신메뉴 출시, 무제한 와인&페어링존 등 고품격 다이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커리 사업과 패밀리 레스토랑 사업은 국내 시장에서 사양 산업으로 꼽히던 사업이다. 제과점업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출점 규제가 생겼고, 패밀리 레스토랑은 2000년대 전성기를 이루다가 외식 트렌드의 변화로 1세대 브랜드가 줄줄이 몰락하며 문을 닫았다.
이런 가운데 CJ푸드빌은 국내 사업은 고급화를 통한 수익성 강화, 베이커리 사업의 경우 해외 진출 전략으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글로벌 사업 강화를 위해 해외 인재 발굴에 공들이기도 했다. CJ푸드빌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현지 학생 16명을 선발, 최종 14명의 직원을 채용하는 글로벌 인재 채용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 호조로 CJ푸드빌의 전체 영업이익 중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에 달한다. 원·부재료 및 제반 비용 증가와 출점 규제로 인한 국내 베이커리 시장 성장의 한계 속에서도 해외에서의 사업성과를 통해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