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 회장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신뢰 회복과 혁신, 지속적인 밸류업을 주주들에게 약속했다. 지난해 은행권에서 크고 작은 금융 사고가 발생한 데다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무역전쟁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면서 선제 관리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서울경제신문이 20일 각 금융지주사 회장의 올해 주주총회 서신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26일 열리는 주총에서 “앞으로의 10년은 지나온 10년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세상을 바꾸고 있으며 점차 강화되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 경향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들은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를 더 고조시키고 있다”고 밝힌다. 양 회장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남들보다 반걸음 빠른 변화와 혁신을 통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올해는 효율 경영과 혁신 성장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룹 전체를 변화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한다. 안정감 있는 금융을 바탕으로 밸류업과 고객 자산관리, 건전성 관리라는 3개 축을 중심으로 경영을 하겠다는 게 양 회장의 생각이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고객과 신뢰를 최우선 가치에 놓을 방침이다. 진 회장 역시 26일 주총에서 “경영 전반에 고객의 소리를 중요하게 반영하고 고객을 기준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혁신하겠다”며 “속도는 빠르게, 절차는 간소하게 개선하며 고객의 만족과 신뢰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힌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와 디지털 AI 시대 주도도 진 회장이 신경 쓰는 부분이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올해를 하나금융의 질적 도약을 위한 원년으로 삼는다. 그는 25일 주총에서 “그룹 출범 20년의 성과를 발판 삼아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본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할 것”이라며 “새롭게 만들어 갈 백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겠다”고 강조할 계획이다. 함 회장은 앞으로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과 상생 금융, 소상공인과 금융 취약 계층을 위한 민생 금융 지원에 앞장설 방침이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신뢰를 앞세운다. 그는 “여러 값진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고객님들과 시장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며 지난해 부당 대출 사건을 언급했다. 이어 “금융의 본질인 신뢰를 가슴 깊이 새기며 반드시 ‘신뢰받는 우리금융그룹’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며 “확고한 윤리경영을 실천하며 더욱 건강하고 투명한 믿음직한 금융그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인다. 생성형 AI와 임베디드 금융 제휴 등 혁신 서비스를 위한 노력도 지속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