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빛
박노해 사진·글
느린걸음
파키스탄 카라코람 산맥 만년설산 품에 안긴 푸른 계단밭부터, 에티오피아 라스타 산맥 해발 2500m 붉은 사암 마을 랄리벨라까지….
세상 곳곳 높고 깊은 산과 그곳에 깃들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 37점에 담았다. 작가는 1980년대 ‘얼굴 없는 시인’으로 유명했던 박노해. 7년 넘게 복역 후 풀려난 뒤 20여년 간 세계 곳곳을 유랑해 왔다. 그 ‘길 위의 기록’을 담아 펴내는 사진 에세이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다. ‘길’ ‘하루’ 등에 이은 이번 주제는 ‘산’. 왜 하필 산일까.
시인은 오늘날 우리 문명이 “저 높고 깊은 곳에서 내려와” 도시에서 살아가며 “인간의 높이는 낮아지고 인간의 깊이는 얕아지고” 있다고, “어려움이 많은 날이면 나는 다시, 거듭, 새롭게, 높고 깊은 곳을 찾아 ‘산빛’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산의 품에 깃들기만 하면, 그저 바라보고 그려보기만 하면, 생생지기(生生之氣)의 산빛은 나를 맑게 하고 치유하고 일깨우고 다시 일어서 나아가게 한다”는 이유다.
책 판형이 크지 않아, 사진은 펼침면 양쪽에 담긴 것을 빼곤 엽서 크기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4일 시작한 사진전에 가보는 것도 좋겠다. 서울 서촌 ‘라 카페 갤러리’에서 내년 3월까지 열리고, 무료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