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온라인 상의 페미니즘 사상 검증 사건을 1994년생의 젊은 여성학 연구자의 시선으로 분석한 도서 '페미사냥'(민음사)이 출간됐다. 명료한 논리와 철저한 역사적 관점으로 쓰인 이 책은 2010년대의 페미니즘 리부트 이래로 여성학 연구가 축적한 저력을 보여준다. 기성 연구가 반페미니즘을 일종의 타자로 삼아 평가와 단죄를 가했다면, 1994년생의 젊은 연구자는 '서브컬처 오타쿠'로서 내부에서 분석을 전개해 나간다.
2024년 현재 '페미니즘'은 누구든 그 죄목으로 옭아매 처벌할 수 있는 이름이 되었다. '페미'이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조리돌림을 당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게 됐을까. 첫 책 '페미사냥'에서 여성학 연구자 이민주는 2016~2024년에 걸친 일련의 페미니즘 사상 검증 사건을 탐색한다.
저자는 페미사냥의 작동원리를 파헤친다, '집게손' 모양이 들어간 콘텐츠가 지목되고 페미의 상징이 삽입되었다는 주장에, 기업에서는 사과문을 내고 콘텐츠를 수정한다.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제기되면 해당 기업의 여성 노동자가 위협을 받는다. 이러한 페미사냥은 언뜻 잠깐의 소동, 온라인상의 잡음쯤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일자리에서 해고되고, 여성 소비자와 창작자들이 위축되며, '페미니스트'가 낙인이 되는 일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페미사냥에 대한 기존 분석은 문제의 원인을 비정상적 남성성을 가진 특정 커뮤니티 남성들의 일탈로 묘사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반페미니즘 또한 청년 세대의 박탈감의 표출이라는 식으로 설명되어 왔다. 하지만 이민주 작가는 페미사냥의 본질을 소비와 놀이에서 찾는다. 저자는 '페미가 묻은' 게임의 회사에 대고 관련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페미사냥의 기저에는 순전한 재미 추구가 작동한다고 이야기 한다.
성차별적인 시장 속에서 남성 유저들은 '페미 때문에 즐길 수 없는' 자신의 피해를 호소하면서 동조자들과 낄낄대고 결속된다. 이때 페미니스트는 남성들의 즐거움을 빼앗는 가해자 자리에 위치하며, 기업은 고충을 시정하면서 '소통하는 경영'이라는 이미지를 얻는다. 이러한 왜곡된 소비자주의가 정당화되는 과정을 바로 페미사냥이라고 한다. 값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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