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개월 단위로 계약…분당 단가 5051원
매년 ‘최저 입찰’…통역사 “공무직 전환 필요”

올해 3월 기준 국회에 총 40명의 프리랜서 노동자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40명 모두 국회 본회의, 상임위원회 등을 중계하는 국회방송 소속이다. 방송작가, 기상캐스터 등 국내 방송사 프리랜서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최근 문제로 불거졌는데 공공기관인 국회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은 24일 국회에서 ‘국회 내 비정규직·프리랜서 고용현황 및 개선과제 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 의원실이 국회 사무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기준 국회에서 일하는 2544명 중 공무원 1715명, 정규직 22명, 무기계약 공무직 615명, 비정규직 기간제 153명, 프리랜서 40명으로 집계됐다. 프리랜서 40명은 모두 국회방송 소속으로 PD, AD, MC·아나운서, 카메라, 작가, CG, 조명 등 7개 직무에 종사한다. 국회방송 전체 인력(189명) 대비 프리랜서는 21.1%를 차지했다. 남성 16명, 여성 24명으로 여성 비율이 높았다.
프리랜서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 비임금 노동자다. 국회 프리랜서 노동자도 표준근로계약서 대신 표준업무위탁계약서를 체결한다. 계약서에는 휴일·휴가 등 권리가 명시돼 있지 않다. 임금도 기본급이 없고 계약단가에 맞춰 정해진다. MC·아나운서를 제외하고 국회방송 프리랜서가 받는 임금은 월 평균 273만3000원(남성 263만9000원, 여성 286만2000원) 으로 조사됐다.
국회 수어통역사는 국회가 용역업체 입찰을 통해 간접고용하는 대표적인 프리랜서 노동자다. 올해 기준 소통관 소속 6명, 국회방송 소속 7명이 있다. 소통관 수어통역사는 기자회견과 정당 대변인 브리핑을, 국회방송 수어통역사는 국회 본회의 및 상임위, 국회방송 뉴스 등을 수어로 통역한다.
올해 국회 소통관 수어통역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1억800만원이다. 수어통역사업 계약은 10개월 또는 12개월 단위로 이뤄진다. 수어통역사 급여는 분당 단가로 정해지는데, 올해 분당 단가는 5051원이다. 수어통역사가 실제로 받는 금액은 3650원으로 분당 단가보다 낮다.
17년차 국회방송 수어통역사 박지연씨는 토론회에서 “매년 업체가 바뀌고 고용계약을 하기 위해 임금 단가 내려치기를 당하면서도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버텨왔다”며 “매년 최저 입찰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더 싼 수어통역사를 찾았다’는 이유로 2023년 처음으로 국회방송에서 수어통역을 하지 못했다. 박씨는 “국회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난이도가 높다. 국회라는 시스템과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선 최소 2~3년의 훈련이 필요하다”며 “국회방송 수어통역사 공무직 전환을 꿈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