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유심 옮겨 꽂는 심부름 퀵배달원…대법 “일부 유죄”

2024-10-10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유심과 중계기 관리 심부름을 한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선고받았던 퀵 배달원에 대해 대법원이 일부 혐의를 유죄라고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사기‧전기통신사업법 위반(타인통신매개‧전화번호 변작 등‧무등록 통신사업경영)으로 기소된 A씨에게 ‘타인통신매개’ 부분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유심 51개, 중계기 16개 관리… 하급심선 모두 무죄

대구광역시에서 퀵 배달원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해 2월 유심 2개를 구입해 배송해주는 일을 의뢰받아 처음 보이스피싱 조직원 B씨를 알게 됐다. 몇 번 유심과 중계기를 옮겨주는 일을 맡은 뒤 A씨는 B씨에게서 ‘유심과 중계기를 택배로 보내줄 테니 시키는 대로 유심 개통, 중계기에 꽂았다 빼는 작업을 하면 일당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했다. 이 유심과 중계기는 보이스피싱에서 전화번호를 바꿔가며 피해자를 속이는 데 쓰였고, B씨가 가담한 조직은 지난해 3월 총 7명의 피해자에게서 1억 2035만원을 받아냈다. A씨는 경찰에 적발될 당시 총 유심 51개, 중계기 16개를 가지고 있었고, 검찰은 A씨가 총 47개의 번호를 관리하며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원들의 전화‧문자 발송에 공모했다며 A씨를 사기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맡은 일이 통상적인 배달이나 정상적이고 적법한 업무를 대행한 것은 아니며 A씨도 이를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수상하다’를 넘어 ‘범죄에 사용된다’까지는 알지 못했다”고 봤다. A씨가 통신중계기를 ‘검정색 기계’라고 부를 뿐 정확한 명칭도 모르고, A씨가 받은 3000원~8만원을 오가는 보수도 단순 심부름 업무에 대한 대가로 보이는 점 등이 고려됐다. A씨가 B씨의 번호를 ‘코인환전일’로 저장해둔 점 등을 들어 “A씨가 B씨에게 혹시 불법이 아닌지 물어봤을 때 ‘비트코인 환전 업체인데 문자를 많이 보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코인 환전 업무로 알았을 수 있다”며 사기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의 고의 및 공모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 “유심 옮겨 꽂는 업무 유죄”

그러나 대법원은 이 중 ‘다른 사람의 통신에 개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고의를 인정해 유죄로 봐야 한다고 일부를 뒤집었다. 전기통신사업법 30조는 ‘누구든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는데 대법원은 “유심을 옮겨 꽂는 행위로 최소한 다른 사람에 통신에 개입한다는 건 알았고 그것만으로도 타인 통신 매개의 고의는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행위가 다른 범죄에 이용된다는 것까지 알아야만 ‘고의’를 인정해 유죄로 볼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사기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한 하급심 결론이 그대로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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