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이 정도로 안 좋나…우리투자증권, 한남2구역 금융 주관사 지위 포기

2025-01-18

우리투자증권이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한남2구역)의 국공유지 매입 자금 금융 주관사로 선정됐으나 약정 체결 직전 이를 포기했다. 부동산 경기가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시장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16일 한남2구역 조합에 금융 주관사 지위를 포기한다고 통보했다.

한남2구역 조합은 국공유지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우리투자증권을 금융주관사로 선정했다. 조달 금액은 국공유지 매입비 1068억 원과 이에 대한 대출이자 191억 원, 입찰보증금 반환금 400억 원 등 총 약 1680억 원이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연대보증을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후 조합과 우리투자증권은 한 달 뒤인 이달 17일 약정을 체결하기로 했으나 불과 하루 전 우리투자증권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조합에 "최근 불안정한 금융 환경 등으로 원활한 대주 모집이 되지 않았다"고 포기 사유를 밝혔다.

다급해진 조합은 일단 지난달 금융주관사 선정 표결 당시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신영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할 방침이다. 당시 대의원회에서 우리투자증권은 총 93표 중 58표를, 신영증권은 21표를 얻은 바 있다. 다만 사업 일정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합 관계자는 “이달 20일이 국공유지 매입대금 잔금 납부일인데 현재로서는 이 기간 안에 잔금을 납부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만큼 결국 수 억 원에 달하는 이자를 조합이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며 “납부일이 1개월 지연될 경우 지연가산금만 약 1억 원”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이 조합에 설명한 것과 달리 우리투자증권은 대주단을 꾸렸으나, 직접 500억 원 상당을 투입하는 안이 내부의 반대에 부딪히며 주관사 지위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심사 과정에서 이번 건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의사결정을 내놓으면서 자금 집행이 어렵게 됐다”며 “자금 조달 일정이 다소 타이트했던 것도 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의 이번 결정이 부동산 경기가 얼마나 깊게 얼어 붙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한다. 한남동이라는 상급지에 대우건설이라는 1군 건설사가 시공을 맡고 연대보증까지 제공하지만, 시장이 워낙 불안한 상황에서 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올해부터 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였는데 다소 의아한 결정”이라면서도 “부동산 경기는 물론 금융권의 업황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조금의 리스크도 부담하지 않으려는 선택이 낳은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주관사로 선정된 뒤 자금조달을 일정 안에 제대로 하지 못하면 조합으로부터 소송을 당할 위험성도 있는 만큼 그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해 다소 무리하게 낮은 금리를 제안했다가 내부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조합에 올인코스트 형태로 5.467%(지난달 9일 기준)의 금리를 제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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