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유통업계는 그야말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제조사들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랐고, 판매채널도 마진을 깎아가며 생존에 나섰다. 소비자는 물가 부담에 지갑을 굳게 닫아 결국 내수침체로 이어졌다. 올해는 불확실성이 오히려 가중됐다. 고물가, 고환율, 고유가 등 3중고에 탄핵사태까지 덮쳤다.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도 유통업계는 활로찾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해외시장과 사업다각화 등 주요 기업들의 성과와 새해 청사진을 알아 본다.<편집자주>
아모레퍼시픽이 해외 사업 비중을 재조정하는데 성공하면서 안정적으로 실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 기존 중국 사업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고 주요 브랜드를 내세워 미주 지역을 효율적으로 공략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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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매출 4조2599억 원, 영업이익 2493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9%, 영업이익은 64.0%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매출과 영업이익의 동반 성장에는 서구권을 중심으로 한 해외 사업에서 높은 성장세가 뒷받침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에 편입된 코스알엑스의 성장도 한 몫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20.6% 증가한 1조6789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약 43%가 해외 사업에서 발생했다.
'글로벌 리밸런싱(사업 재편)' 전략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난 해이기도 했다.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을 추진하며 연간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미주 지역 매출이 중화권을 넘어섰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리밸런싱을 가속화하기 위해 주요 전략 시장인 미국, 일본, 유럽, 인도, 중동을 집중적으로 육성함과 동시에 중국 시장의 구조적 정상화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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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지역에서는 세포라, 아마존 등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라네즈의 '립 마스크' 제품의 호조가 이어졌다. '바운시 & 펌 슬리핑 마스크', '워터 멜론 팝 립 슬리핑 마스크' 등 신제품도 시장의 호응을 얻으며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
이와 함께 코스알엑스 편입 효과로 매출이 83% 증가했다. 코스알엑스 '스네일 뮤신 에센스'가 아마존 1위를 달성했으며 라네즈와 이니스프리 등이 아마존 ‘블랙 프라이데이&사이버 먼데이(BFCM)' 행사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코스알엑스와 라네즈의 성장으로 전체 매출이 3배 확대됐다. 라네즈는 영국 뷰티 리테일 채널 '부츠(Boots)' 및 온라인 플랫폼 'ASOS' 등에 입점하며 채널 다변화를 통해 세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코스알엑스도 노르웨이, 스웨덴, 폴란드 등 국가 채널 확장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확대했다. 이니스프리는 영국 '스페이스 엔케이(Space NK)'에 신규 진출했고 유럽 주요 국가 세포라 채널에서 리브랜딩 캠페인을 전개하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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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는 중화권 매출은 감소한 반면 기타 아시아 지역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중화권의 경우 중국 법인의 채널 거래구조 변경과 오프라인 매장 효율화 등으로 매출이 27% 하락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에서 설화수와 려를 중심으로 신제품 출시 및 리뉴얼 등으로 경쟁력을 제고하며 성장 기반 마련에 힘썼다.
반면 APAC과 일본 등 기타 아시아 지역에서는 설화수와 라네즈가 신제품을 선보이며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했고 헤라(태국), 에스트라(베트남, 태국) 등이 신규 시장에 진출했다. 여기에 코스알엑스 편입 효과에 힘입어 매출이 33%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에서는 대표 버라이어티 스토어인 로프트와 협업한 '아모레퍼시픽 페스티벌'을 개최하며 소비자 대응력을 강화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외에도 채널 대응력 강화 측면에서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대응 역량 내재화를 꾀하고 있다. 또 국내외 주요 멀티 브랜드 유통 채널 및 틱톡샵 등 신규 성장 채널과의 다각적인 협업을 추진하고 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혁신 및 업무 생산성 강화를 통해 미래 성장의 기반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