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월 30일(목) 밤 9시 50분
“저희는 절대 고객님에게 돈달라고 요구 안 해요.” 덕희(라미란)는 은행직원 설명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운영하던 세탁소 화재로 아이들과 길거리로 나앉아야 할 판이었던 덕희. 그런 상황에서 목돈을 대출해주겠다는 은행직원의 전화가 걸려왔다. 절망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이 보였다. 절박한 마음이 앞선 덕희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송금을 시작했다. 그게 사기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큰 돈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어간 후였다.
덕희는 뒤늦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경찰서를 찾아간다. 하지만 담당자인 박형사(박병은)는 8번이나 입금하면서 이상하다는 걸 눈치 못챘냐며 오히려 피해자인 덕희를 책망하듯 대한다. 심지어 인생의 좋은 경험 했다 생각하고 포기하라고 얘기하면서 덕희의 가슴에 다시 한번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때 덕희에게 사기를 쳤던 보이스피싱 조직원 재민(공명)이 또다시 연락을 해온다. 놀랍게도 이번에는 SOS 요청이다. 재민은 자신도 피해자이며,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덕희에게 제보할테니 경찰에 신고만 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한다. 그 말에 따라 덕희는 경찰에 협조를 요청한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수사 종결로 재수사를 못 한다는 속 터지는 말 뿐이다. 정 답답하고 억울하면 보이스피싱 조직의 콜센터 주소를 직접 찾아오란다.
경찰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전해 듣자 재민도 분통을 터트린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중국까지 온 그는 협박과 폭행이 난무하는 조직의 비밀 아지트에서 강제로 보이스피싱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철저하게 감시 당하고 있는 재민이 알아낼 수 있었던 보이스피싱 조직의 단서는 중국 칭다오에 있고 건물 밖으로 춘화루 간판이 보인다는 것 뿐이었다.
세탁공장에서 함께 일하며 자매 같은 정을 쌓은 조선족 봉림(염혜란)과 아이돌 홈마 숙자(장윤주)는 덕희의 이런 딱한 사정을 전해 듣고는 의기투합해 곧바로 중국 칭다오로 향한다. 과연 덕희는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재민을 구출하기 위해 경찰도 포기한 보이스피싱 총책을 찾아낼 수 있을까.
영화 ‘시민덕희’는 2016년 경기도 화성에서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 씨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에 몰입도가 뛰어나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덕희와 친구들이 펼치는 이 복수극은 때로는 묵직함을, 때로는 유쾌함을 자아내며 현실 공감 사이다를 선사한다. 2025년을 웃음과 따뜻함, 통쾌함과 짜릿함으로 시작하기에 적격인 영화다.
김민주기자 k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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